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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하나하나 어렵지 않은 게 없었지만 가장 서글픈 점은 기다릴 무엇이 없어졌단 것이겠다. 남은 건 뻔한 날들, 달라질 게 없는 하루하루뿐이어서. 아주 작고 사사로운 거라도 좋으니 뭔가 기다리는 삶이 필요하다. 살아갈 힘은 내일이 다를 거라는 꿈, 다시 말해 희망에서 비롯하니까. 그래서 3월을 기다리고 있다. 아무 것도 없을 지 몰라도 그래도 기대를 걸어볼 일이 있으니까. 이제는 봄을 열망하지는 않는다. 그 봄에 당신이 피어날 일이 없을 듯 하여. 그러니 3월이 내게 봄은 아니다. 3월엔 또 아주 멀리 떠날 것이다. 거기에 무언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찾아볼 수 있다는 건 일말의 희망이므로.
장장 한 달 여에 걸친 이사, 공사, 이동, 여행, 복귀, 추가 작업 풀 세트가 거의 끝났다. 이제 몇 가지 소품만 들어오면 완전히 마무리된다. 이사는 여러 번 해봤으나 이렇게 대대적으로 고쳐서 입주하는 건 처음 경험하는 일이어서 여러모로 시행착오가 많았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다시 겪고 싶지 않다. 신경쓸 게 많아서 골머리가 아프고, 뒷처리도 길어서. 올해는 집 말고도 많은 것들이 바뀌길 바란다. 그러러면 맨 먼저 생활을 재편해야 겠지. 독하게 맘 먹어야 한다. 저절로 좋아지는 건 없다. 꼴같잖은 자기 연민을 거두고 새로운 일들을 벌일 것. 지금 실천하고 있는 것들을 지키고 또 늘려나갈 것. 작년 한 해를 정리하면서 그래도 내게 여러 훌륭한 사람들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놀라운 점은 그들은 모두 ..
뒤바뀐 세계에서 가장 난감한 것이 전화기를 손에 쥐고서 우두망찰 작은 화면을 바라볼 때다. 용건없이 전화할 곳은 없다. 하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겠으나 그걸 받아줄 사람도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는 거다. 내가 잃은 건 그런 거다. 소소하게 살아가는 힘. 그걸 행복, 이라 부르는 이도 있겠지. 그런데 종종 그것은 삶의 절반처럼 느껴진다. 불완전하게 반쪽만 남은 생.
끝나지 않는 악몽같던 2년이 흐른 지금 곁에 남은 사람은 한 명의 말벗, 한 명의 선배, 한 명의 상담가. 그들 모두를 친구, 라고 불러도 틀리지 않을 거다. 여기서 친구란 그저 심심할 때 만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인생을 함께 걸어가는 사람, 즉 최상급의 찬사에 가깝다. 어쨌든 전에 없었던 세 명의 친구를 얻었다. 굉장한 일이다. 내가 잘해서 그들이 나타난 게 아니니 이 모든 건 당신들이 훌륭해서지. 덕분에 팥죽처럼 끓어오르는 지옥의 불구덩이 속에서 빠져나와 현실을 걷고 있다. 그 현실은 절친을 구하지 못 했다는 점에서 한없이 지옥에 가깝지만 그래도 여기서 싸워갈 수는 있겠다. 그밖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갔지. 속깊은 관계에 이르지는 못했으나 하나같이 그들도 최선을 다해 나를 도우려 했다는 점을 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