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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베트남 중부의 9월은 아직 더워요. 한국의 늦여름 정도의 날씨입니다. 한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넘고, 밤에도 그리 선선해지지 않네요. 노상 식당에서 얼음 맥주를 들이켜도 등줄기로는 또르르 땀이 흐르는 걸 느낄 때면 고국의 가을이 참 좋다는 걸 실감합니다. 그래도, 떠돌아다니는 건 즐거워요. 딱히 하는 게 없어도 말이죠. 올해는 소식이 끊어진 인연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굳이, 연락하지 않으려구요. 이유가 있겠지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딱히 바꾸려 들지 않겠습니다. 단절된 분들도 편안하고 건강하시길 바래요. 언젠가 또 이어질 수 있다면 기쁠 거예요. 2026년에도 도와주시고 응원해 주신 분들이 많습니다. 타국에 있어 뵙고 인사드리지 못하는 점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돌아가는 대로 연락드릴게요. ..
2층 조식당에서 아침식사를 마친 후 산책을 가려던 참이었다. 선글라스를 방에 두고 온 게 떠올라서 일행에게 로비에서 기다려달라 양해를 구하고 혼자 승강기에 탔다. 내 방이 자리한 8층 버튼을 누르고 뒤로 물러나 있는데 누군가 화급히 달려와 엘리베이터에 타는 거였다. 나도 서둘러 계기판쪽으로 두 걸음 옮겨 문 열림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30대 정도의 젊은 여성분이었는데 그가 누른 층수는 로비가 있는 1층. 이거 올라가는데. 내가 말했다. "Going Up." "Eh? Not Going Down?" 잠깐 고민하다가, 빠르게 8층 버튼을 한 번 더 눌렀다. 1층과 8층 버튼이 모두 꺼지며, 승강기 문이 다시 한 번 열렸다. 그리고 내가 다시 1층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Going Down." 2층에..
커피를 마시지 않기에 카페 같은 덴 안 간다. 그래도 다낭에선 해변에 설치된 비치 바 혹은 카페를 찾는다. 눈 앞에 바다를 두고 차 한 잔은 마신다. 무엉탄 럭셔리 호텔 앞 파라다이스 카페나 발코나 호텔 앞 마이아 비치 바가 단골 찻집이다. 지역 물가에 비해서는 한참 비싸지만, 한국 카페 가격 정도로 근사한 한때를 보낼 수 있어서. 그러고 보니 거기서 술은 전혀 안 먹네. 딱 차만 마신다. 주로 오전에, 해풍을 온 몸으로 맞으며. 그렇지만 다낭에서 정말 좋아하는 일은 안트엉의 편의점 테이블에서 환타 같은 청량음료를 마시는 거다. 한낮엔 덥지만 그늘에 있으면 무척 시원하다. 그게 한국과 베트남의 가장 큰 차이인 듯 또, 베트남 환타는 한국과는 맛도 다르고 종류도 훨씬 많다. 평소에 그런 건 전혀 ..
가볍게 차 한 잔 마시는 자리였는데 고민을 털어놔 주셨어요. 속얘기를 들어도 될만큼 제가 믿음직한 사람인지 자신이 없네요. 하지만 용기내서 말씀하셨으니 저 역시 성심을 다해 응답해야겠지요. . 지난 몇 년 간 자신을 떠난 친구들 생각을 떼어놓지 못하신다구요. A가 왜 말없이 연락을 끊었는지, B는 빈번한 연락에도 왜 응답이 없는지, C를 도와주려고 여러모로 애썼지만 늘 냉정한 거절만 돌아온다셨지요. 같은 상황이라면, 저는 아마 오래지 않아 관심을 접었을 듯 해요. 나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봐야 의미없거든요. 내가 그런 노력을 해야 할 사람들은 당신에게서 마음이 떠난 사람이 아니라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 날 사랑하는 친구들이라고 생각해요. 이유가 무엇이든 그들은 당신과 ..
친한 소믈리에르가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입니다. 어제 도서관에 있는데 전화가 울렸어요. 헐레벌떡 열람실 밖으로 나가 통화 버튼을 눌러보니 그 분이셨죠. 지난 주 매장에 들렀을때, 저번에 권해주신 와인이 진짜 좋았다고 말씀 드렸는데 그걸 기억하시고 연락을 주신 거였어요. 이번 주에 꼭 들르라고 신탁을 내리셨습니다. 암요. 따라야죠. 도착하기 30분 전에 문자를 드리고(이렇게 하라고 요청하심) 카트를 끌며 매장에 도착하자, 당신은 몇 병의 계명, 아니 포도주를 줄줄이 제게 건네셨습니다. 이건 최저가로 나왔는데 시음적기라서 사셔야되고, 이게 전에 말씀하신 맛있다는 와인인데 그 윗급이 거의 비슷한 값에 나왔으며, 이건 한 병 최저가가 삼만오천원인데 2병 짜리 세트로 사면 오만오천원이니까 사셔야 되고… 복음..
비엣남 여행 때는 꼭 아침식사가 포함된 호텔을 고른다. 일어나서 밥 먹으러 나가긴 귀찮으므로. 대충 씻고 연신 하품을 해가며 엘리베이터만 타고 내부 조식당에서 수저를 드는 게 편하다. 다낭, 나트랑은 2~3만원대 호텔도 뷔페 조식을 제공한다. 고기와 과일 등의 종류에서 차이가 있지만 1박 3만원 정도면 샐러드부터 계란 요리, 국수, 밥과 죽, 빵, 베이컨, 과일, 후식까지 두루 갖춰진 균형잡힌 식사를 할 수 있다. 둘이서 달랑 3만원 쯤에 바다 근처의 트윈룸에 묵으며 조식까지 먹다니 사실 축복이다. 그런 축복을 원없이 누릴 수 있는 곳이 비엣남인 것이다. 내가 호텔 조식을 먹는 순서는 일반적이다. 처음엔 요거트를 곁들여 다양한 샐러드만으로 한 접시를 먹고. 다음엔 계란과 고기류로 한 접시,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