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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뜬금없이 하루 휴가가 났다. 예전같으면 고민할 필요가 없었겠으나 지금은 한다. 머리 속으로 누군가 만나러 갈까 생각해 봤는데 여러 번 되풀이하고도 딱 떨어지지 않아 마음을 접었다. 혼자 노는 걸로. 만약 작년이었다면 부산에 내려갔을 거다. 왕복 기차비, 숙소비, 밥값과 술값 해서 1박2일이면 40만원, 2박 3일이면 55만원은 썼겠지. 하지만 이제는 그 정도 비용이면 조금만 더 보태 따뜻하고 다정한 나라를 일주일 이상 여행할 수 있다는 걸 안다. 혼자 가도 문제가 없고 그 이상 매일매일 즐겁다는 것도. 다 지나간 일이나 그래도 언젠가 부산의 오래된 인연과 하노이에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꼭 하노이가 아니더라도, 다낭, 호이안, 꽝남의 포근한 바다에 갈 수 있을 거라고. 다낭 박물관 근처 하..
아주 간절히 그리운 이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머리카락 한 톨도 보고 싶지 않은 사람, 또 잘 지내는지 근황이 살짝 궁금한 누군가도 있다. 시절 인연이었지만 마음자리가 따스하셨던 게 왕왕 떠오르는 분들. 어느샌가 만나지 못한 기간도 물리적인 거리도 너무 많이 늘어나 안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당신들. 멀리서나마 평안을 빈다. 정은영, 김 선, 신봉기, 안소연.
일어나 밥을 먹고 차를 몰고 인근 절을 찾았다. 탑돌이하며 오랜 기원을 다시 빈 후 점심 공양을 받고 경내 도서관 겸 찻집에서 불교 서적을 읽으며 루이보스티 한 잔. 다시 차를 운전해 집 뒷산 공원 산책. 3시쯤 귀가해 가득 찬 세탁기를 꾹꾹 눌러 돌리고 현미를 불려 주말에 먹을 밥을 지었다. 재활용 쓰레기를 정리하고 빨래를 베란다와 실내 건조대에 넌 뒤 어제 국 남은 것에 새 밥을 넣어 푹푹 끓여 저녁을 갈음했다. 시어가기 시작하는 끝물 딸기 한 접시를 손질해 디저트 삼아 먹고 내일 아침 식기세척기를 예약해두고 쓰레기통 비워서 내다놓으니 그제야 저녁이 된다. 비교적 여유로운 하루였는데 결락감은 여전하구나.
그 없이도 삶이 계속되고 꽃은 또 피는구나. 빈 자리가 그대로 황막한데 새로 온 봄은 여전히 어여쁘다는 게 종종 가혹하다 느낀다. 환하고 무심한 아름다움은 마치 생살을 저미는 듯한 고통. 이 괴로움을 거울 삼아 낯선 감정들을 더 배우고 받아들일 수 있길. 들여다보면 잔인한 것은 계절이 아니라 현실일 터. 할 수 있고 해야 하며 하고픈 일이 많으니 음습한 데 오래 머물러 있지 말기로. 이 몇 년 동안 생각지도 못하게 아주 멀리 왔으니 방향을 바꿔 또 생각지도 않은 곳까지 멀리 갈 수 있으리라. 어떤 경험도 써먹겠다 마음먹으면 전부 소중한 자산이니. 자신을 바꾸는 게 제일 힘든 일인데 덕분에 아주 많이 바뀌었으니 외풍에만 기대지 말고 이제부터는 다시 제 힘으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