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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인데 게시판에 느닷없이 '벚꽃을 볼 수 있는 곳이 남았나요?'란 글이 올라왔다. 친절하기도 하지, 사람들은 열심히 댓글을 달아 저마다 가진 정보를 나눠주는데 그중 상당수가 평창, 태백 등의 고원 중턱에선 아직 겹벛꽃을 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질문자가 원한 바가 겹벚꽃은 아닌 모양이라 딱히 기쁜 반응은 따라붙지 않았다. 누군가 삿포로는 5월이 벚꽃철이라 답했는데, 안타깝게도 올해는 이상고온이 일찍 와 삿포로조차도 4월 말에 벚꽃이 졌다는 거주민의 정보도 뒤따랐다. 정작 내가 궁금한 건, 글쓴이가 왜 지금 벚꽃을 찾느냐였다. 대체 무슨 사연이 있어서. 서울은 벌써 반 여름. 전국이 거의 마찬가지일텐 다른 꽃도 아니고 봄의 대명사인 벚꽃을 그토록 간절히 봐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배곯은지 오래라 눈 앞에 밥이 보이기만 한다면 남의 것이라도 빼앗아 먹고 싶었던 한 때가 있었다. 당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나를 찾아와 함께 식탁에 앉아 주었는데, 그중 많은 이들은 제가 가진 밥을 퍼서 내밀었고, 또 어떤 이들은 자신이 밥을 줄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본인은 나눠줄만큼 넉넉히 밥을 가지고 있으나, 지금은 내키지 않아서 혹은 주고 싶은 건 김 몇 장뿐이어서 또는 너의 배고픔은 일시적인 거여서 지금 꼭 밥이 절실한 건 아니다 같은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당연히 잘 납득할 수 없었지만, 그가 가진 밥이 내 게 아니고, 안 준다면 별 도리가 없는 일이라 그러려니 했다. 눈 앞이 팽팽 돌고 있는데 들고 온 밥을 등 뒤로 감추며 엉뚱한 소리만 늘어놓는 게 야속했지만 강요할 순 없는 거..
집 앞 슈퍼가 작정하고 할인중이라 하루 건너 하루씩 들른다. 그제는 980원짜리 파프리카를 노랑이, 빨강이 하나씩 샀고, 천원 짜리 부추도 한 팩, 또 두 개 천원하는 국산 브로컬리도 샀다. 부추는 양념해서 겉절이로, 나머지는 채 썰어 샐러드로 먹는다. 오늘은 알이 큰 딸기가 두 팩 만원이라서 그것도 집고, 한 봉 당 5백원인 상추, 깻잎도 샀다. 해동한 목살을 꺼내 오븐에 굽고, 샐러드 만들어서 돼지고기쌈에 와인을 곁들여 먹었다. 이제 고기가 떨어졌으니 다음 주는 마트에 들러야겠지. 동물복지 유정란도 사고, 한입 꺼리 오뎅도 구입해야 겠다. 5월에 들어사면 곧바로 여름일 테다. 5월 초만 지나면 가장 난감한 일들은 지나가겠지. 여름을 어떻게 건강하게 날지 궁리해 봐야겠다. 먹고 움직이고 공부하는 시간..
그렇게 됐네요. 미안합니다. 서울 오시면 드리려고 꼬불쳐 놓았던 값비싼 와인들을그만,참지 못하고야금야금 마시고 있어요. 어차피 해외여행 중이니 좋은 술 많이 드실 거야,원래 포도주를 좋아하지도 않으셨잖아.나한테나 고급이지 이런 건 질리도록 먹어봤을 듯.이따위 핑계나 늘어놓으며 계속해서 손을 대고 있습니다. 행복한 술자리란 서로에게 달린 것이지 술이 중요한 게 아니라며구질구질 변명을 생각하는 저는, 아, 구제받지 못할 인간인 것 같네요. 미안함다. 못 참겠음.
이런 세상에서 기도한다는 게 정말 의미가 있을까 싶다. 마음을 모으는 일을 조롱하는 게 아니라 그저 빌기만 해서 이루어질리는 만무하니까. 그러나 종종 뜻밖의 불행에 시달리는 지인들을 볼 때면 저절로 고개를 조아리고 기원을 품게 된다. 부디 괜찮아 지도록 도와달라고. 내 기운과 힘을 그에게 나눠주시라고. 작금의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욕망하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 내 욕망을 들여다 보자면 참으로 소박해 졌구나. 그건 절친의 사고에서 절감한 무력감 때문이겠지. 몇 년의 시간 동안 나는 아주 천천히 회복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걸 안다. 빌고 기도하는 것 말고 실제 어떤 일을 도울 수 있을까. 타인의 불행이 나를 흔든다. 반대로, 내 흔들림 혹은 잦아듬으로 누군가의 불우를 위무할 수..
자존심은 자존감과는 달리 부정적인 의미로 자주 쓰인다. 타인의 평가와 상관없이 자아를 이루는 바탕이 자존감이라면, 자존심은 그 자존감 가운데 양보할 수 없는 어떤 기준점으로 사용된다. 내가 이렇다 한들, 이 따위 대접을 받을 순 없지 등등의 경우에 꺼내드는 게 (자)존심이다. 자존감과 자존심이 다른 점은 전자가 공부하거나 수양함으로서 확장되지만, 후자는 대개 나이듦에 따라 완고하게 고집처럼 굳어진다는 점이다. 배움과 상관없이 내려놓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게 자존심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 둘은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마음의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가끔 그런 경우를 본다. 무언가를 절실히 원한다면서도, 존심 때문에 더는 못하겠다고 하는 이들. 막상 이야기를 나눠보면 자존감 자체도 높지 않은 경우가 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