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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라, 여기가 로도스다

존심

진광불휘 2024. 4. 23. 00:13

 

 
자존심은 자존감과는 달리 부정적인 의미로 자주 쓰인다. 타인의 평가와 상관없이 자아를 이루는 바탕이 자존감이라면, 자존심은 그 자존감 가운데 양보할 수 없는 어떤 기준점으로 사용된다. 내가 이렇다 한들, 이 따위 대접을 받을 순 없지 등등의 경우에 꺼내드는 게 (자)존심이다.   
자존감과 자존심이 다른 점은 전자가 공부하거나 수양함으로서 확장되지만, 후자는 대개 나이듦에 따라 완고하게 고집처럼 굳어진다는 점이다. 배움과 상관없이 내려놓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게 자존심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 둘은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마음의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가끔 그런 경우를 본다. 무언가를 절실히 원한다면서도, 존심 때문에 더는 못하겠다고 하는 이들. 
막상 이야기를 나눠보면 자존감 자체도 높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 그런데도 편견이나 선입견처럼 내려놓을 수 없는 자존심이 있어서 무언가에 깊이 관계맺는 일을 가로막곤 한다. 안타깝지만 그럴 때 존심이란 그저 자아의 걸림돌 혹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서 어떤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유아적 소극성의 발로일 뿐.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열중이나 헌신을 마다할 리 없다. 무언가에 열중하고 헌신하는 건 결국 자아를 확장시키는 학습인 까닭. 
그 존심이 그간 뭘 해줬는지 먼저 생각해 보길. 상처받고 싶지 않겠단 마음은 알겠으나 그저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손해보지 않겠다는 이기심 아닌지. 지금의 삶은 그 결과인데도. 
그래도 존심이 중요하다면 영원히 존심과 당신 둘이서만 살게 되겠지.
실제론 외톨이일 따름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