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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4/05 (8)
점점
누군가와 톡을 나눈 후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사람과는 다시 만날 일이 없겠구나. 가벼운 사담을 나눴고 주고 받은 내용에는 전혀 튀는 부분이 없었지만 평이하기 그지없는 그의 말투에선 분명히 밀어내고 있다는 느낌이 가득했다. 그렇군. 이건 예스라고 말해도 실은 노, 라는 거군. 그의 선택을 존중한다. 그래도 제안할 수 있어 좋았다. 서로가 이제 빚진 건 없다. 무슨 용건으로 대화를 하든, 내용 자체보다 말투, 태도로 그 사람의 마음 속이 보인다. 나도 마찬가지일 게다. 그러니 너무 정중해서도 안 되겠지. 철벽을 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테니. 최대한 상냥하게, 용건을 전달하자고 다짐해 본다. 새 술은 새 부대에, 가능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 보자. 일단 재밌을 거다. 성사는 그 다음에 고민하고.
그런 생각이 치솟곤 한다. 별 탈 없이 살아가는 나도 종종 이렇게 마음이 괴로운데 당신은 어떨지.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 과연 당신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그저 시늉에 불과할 뿐이지 않은지.
차 몬 지 1년이 되어 엔진오일을 갈았다. 보통 1만 km 내외에서 교환하라던데, 누적 킬로수에 못 미쳐도 1년쯤 되면 무조건 갈으란다. 그래서 인터넷 카센터에 예약해 다녀왔다. 마침 이벤트가 있어 채 5만원도 들지 않더라. 가서 차를 맡기고 점심을 먹고 오니 끝. 묵묵하고 담백하단 평을 받는 곳이라 이런저런 권유도 없이 딱 오일 교환만 하고 끝이었다. 사이트에서 미리 결제할 수 있어 추가로 돈 낼 것도 없었고. 기분탓이겠지만 오일을 갈고 나니 차가 훨씬 부드러워졌단 느낌이다. 가볍게 고대병원 뒷길로 해서 개운산을 돌고 귀가했다. 개운산공원에서 잠깐 걷고 싶었는데 주차장에 자리가 없어 그냥 돌아왔다. 한낮의 기온이 25도였지만 30도쯤 체감되는 오후였다. 내년에는 정기 검사도 받아야 한다. 두 번 째..
차를 몰고 여기저기를 돌았다. 꼭 가야할 곳이 있었고, 그냥 들렀지만 정경이 마음을 죄서 저절로 사무치는 곳이 있었다. 빛이 몹시 청결하게 부서지는 날이었다. 하늘도 방금 빨아서 걸어둔 것 같았다. 기분좋은 전화가 있었고 황당한 닥달 연락도 있었다. 삶은 그렇게 명암이 섞인 것인가 보다. 그래도 우리는 이야기를 구성해낼 수 있지. 기억한다는 건 편집한다는 거다. 오늘은 아주 아름다웠던 날. 느닷없이 그런 하루가 있다. 고맙다.
눈은 정직하다. 자신이 생각하는 만큼만 보인다. 가끔 지체 현상을 빚기는 해도 미감은 결국 본인의 철학에 수렴된다. 세계관은 고상한데 현상 평가가 저질인 이가 있다면 그 세계관이 가짜인 것이다. 그 역은 없다. 그런데 눈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입도 그렇다. 특히 타인에게 건네는 충고에서 살아온 바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충 살아온 사람은 뻔한 조언밖에 줄 수 없다. 요새는 그런 충고를 매일같이 듣고 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이달로 닥친 바다 건너 여행을 준비하면서 밋밋한 귀띰을 계속 던지는 누군가가 있다. 가장 씁슬한 건 이런 거다. 복장을 이러저러하게 입고 가라는 거. 인터넷 한 번만 검색해도 나오는 걸 충고랍시고 건네는 걸 보면 당사자가 여행을 대하는 태도를 알게 된다. 내가 그..
오늘은 마트에서 무알콜맥주 10캔, 국산 무농약 숙주나물 1팩, 돼지고기 목심 2kg, 짜장 건면을 샀다. 끝까지 고민한 건 떠먹는 유기농 플레인 요구르트. 견과류 넣어서 한 종지씩 떠먹으면 건강한 간식으로 그만인데. 보통 400g~500g 단위로 팔아서 십여 차례 나눠 먹어야 해서 성가시다. 유제품은 일단 뚜껑을 열면 급속도로 맛을 잃는 까닭에 뒤로 갈수록 먹기 싫어진단 말이지. 요새는 무알콜 맥주를 꾸준히 산다. 몇 번 적었다시피 나는 일주일에 두 번 와인을 마시는데, 주량은 딱 한 병이다. 매주 2병을 마시는 셈. 대략 포도주의 알콜도수가 14도 가량이니 일주일에 2병이면 의사들이 용인하는 음주량을 살짝 넘기게 된다. 술이란 먹으면 먹을수록 더 먹고 싶은 법. 그러다보니 주중에는 최대한 자제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