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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이사온 지 4년만에 뒷산에 정을 붙이고 매일같이 오른다. 야트막한 산이지만 그래서 좋다. 사방팔방으로 빠지는 코스도 많고, 길이 험하지 않아 무리 없이 걷기에 알맞다. 월요일에 처음 혼산객으로 데뷔했는데, 그 뒤로 하루만 빼고 빠짐없이 다닌다. 집에서 10분여 비탈길로 산동네를 지나면 바로 입산로가 나오고, 그 뒤로는 10분만 산길을 오르면 정상이다. 등산, 이라고 하면 모두가 웃을 정도다. 그러나 동네를 크게 한 바퀴 감아도는 둘레길을 따라가면 1만보 정도는 우습게 찍히는 만만찮은 경로다. 혼자 다니기 시작하면서, 첫 날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상념에 시달렸다. 지금의 내 삶이란 그 따위 한심한 걱정들로 가득한 생활인 것이다. 그러나 운동의 좋은 점이란 머리를 비우는 데 있다. 며칠째 계속하면서 의..
언젠가 이 골목길 걸었던 것 같은데 전생일까, 당신이 날 바라본 것 같았는데 멀리서 곱게 늙으며 기다린 것 같았는데 어디에서 기다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이 저녁 내 기억은 물컹한 두부 한 모 얼굴을 세숫대야 속에서 움켜쥔 것 같았는데 누구와도 눈빛을 마주치지 않겠다고 그림자 질질 끌며 걸었던 것 같은데 허공을 벗어난 벼락이 땅 위에 꽂힌다 - 박성민 시, 전문, 『어쩌자고 그대는 먼 곳에 떠 있는가』,시인동네, 2020. ======================= 박성민 시집엔 읽어낼 꺼리가 많다. 이 시집은 참 좋은 시집이다. 절창을 여럿 뽑아냈으니. 어린 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해 다시 듣듯이, 그의 시집을 여러 번 되풀이 읽는다.
전에 없던 결심이지만, 때때로 나는 더 많이 가져야 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더 많이 잃어버릴 수 있고, 또 그리워할 수 있을 테니. 오롯한 내 것이란 기억뿐.
꼬투리나 잡아대며 계속해서 흠집내기나 하는 짓은 검찰이 전 법무부장관 가족들에게 했던 일과 같다. 완전무결하지 않은 자를 처벌하는 게 아니라 분명한 범죄를 저지른 자를 처벌하는 게 죄형법정주의다. 아무 거나 다 걸어서 재판에 끌고가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흘려 피의자를 범법자로 만드는 일은 그 자체가 범죄다. 처음엔 AZ가 문제고, 화이자가 들어오면 화이자가 문제고, 모더나가 도입되면 모더나에 문제, 접종완료자가 50%를 넘으면 이번에는 접종해도 소용없다, 는 소리를 하는 언론과 같다. X소리를 하는 자는 X다. 아무 죄도 없는 X에게는 미안하지만 확실히 그렇다.
당신이 누구보다 다정한 사람일 지도 모르고, 또 전에 없이 현명한 분일 지도 모릅니다. 손만 대면 무엇이든 척척 만들어낼 수도 있겠지요. 줄줄이 운이 따라 벌리는 일마다 성공시키는 특별한 존재일 수도 있겠습니다. 기지와 유머를 두루 갖춰 만나면 늘 깔깔대도록 만드는 유쾌한 재주꾼일 지도 모르지요. 혹은 그런 건 일절 없어도 매력이 가득해서 몇 분만 함께 있어도 젠더에 상관없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유일무이한 인간일 지도요. 그치만 상관없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이를 제가 상대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그래도 한 번은 눈감아 드렸습니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두 번은 얄짤 없습니다. 그 모든 장점과 능력과 행운과 매력으로 다른 이들과 큰 업적을 이루시길.
인생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수많은 단정과 개성적인 정의들이 있지만 내가 보기에 삶이란 스스로가 정한 과제들을 더 높은 수준으로 완수해 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다시 말해, 화가라면 그리고 싶었던 무엇을 자신이 꿈꾸던 단계까지 화풍을 밀어가는 일이랄까. 바꿔서 대장장이라면, 호미나 낫을 더 단단하고 날카로우면서도 가볍고 작게 만들 수 있게 되는 일. 나로서는 전에는 쓸 수 없었던 것을 쓸 수 있게 되고, 또 감히 표현할 수 없으리라 여겼던 것들을 보다 섬세하고 적확하며 유려하게 그려내는 일이라 하겠다. 이 삶에 결절점이 있다면 두 번 째 책(, 2013), 세 번 째 책 (2015), 세월호 시민기록집(, 2017), 그리고 올해 쓴 광주 원고다. 이 글들은 이전의 단계에서 반 걸음 올라선 흔적이라고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