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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계절이 술비*에 막혀 서울로 가지 못한다 힘없이 주저앉은 군산항 허리께에서 늦잠에 빠진 삼동을 깨워 해장국이나 들이키려 모텔을 나섰는데 선지를 새로 삶는지 반찬접시가 나오고도 기별이 없는 국대접을 기다리다 희멀건한 창밖을 내다본다. 더운 해풍에 떠밀린 꽃소식은 1번국도를 따라 오르다 차령에 가로막혀 감감해지고 아점 먹은 뒤에는 서해안을 따라가든 경상으로 비켜가든 어디든 가긴 가야하는데 불현듯 발광하는 전화 숟가락을 팽개치고 황급히 확인해 보니 모호한 이름들의 덧없는 소식에 혀가 차인다 정확한 내용도 금액도 없는 청탁과 한 줌도 궁금치 않은 누군가 다니는 회사 얘기 엊저녁에 어디 가서 뭐 먹었는데 맛있었단 후일담 빈 속에 찬 물 한 잔보다 못한 저만의 독백 어쩌라고 언젠가부터 혼자 곱씹을 이야기를 굳이 보..
궁금치 않은 것들을 꼭 들려주는 사람이 있다. 부끄러운 무엇을 자랑이라고 늘어놓는 이가 있다. 누군가 얘기했듯, 말할 땐 상대방에게 어떻게 들릴 지 생각해 봐야 할텐데 내뱉는 게 가장 쉬우니까 남이 들을 이유가 없는 이야기를 스몰토크랍시고 건네는 X들이 있다. 하나도 안 궁금하거든. 누가 그런 얘기를 듣고 싶겠어. 사회적 맥락이 있지도 않고 그저 말하는 쪽에서만 중요한 얘기를. 지극히 사사롭고 오히려 안 했으면 더 좋았을 얘기를. 이런 건 나이도 성별도 상관없구나. 그동안 너무 정서적 호구짓을 해왔나 보다. 앞으론 가차없이.
"사랑하는 사람은 왜 자신이 사랑받지 못하는가를 집요하게 자문하면서도 동시에 사랑하는 이가 자기를 사랑하면서도 다만 말하지 않을 뿐이라는 믿음 속에 살아간다. 왜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 라는 질문은 왜 날 조금만 사랑하나요 란 질문으로 바뀐다. 전부가 아닌 것은 모두 인색해보인다." - 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 268쪽, 동문선, 2004 ================ 바르트를 읽다 보면 종종 얼굴이 붉어지곤 하지. 이 부끄러움이 스스로를 바꾸는 계기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