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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아주 간절히 그리운 이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머리카락 한 톨도 보고 싶지 않은 사람, 또 잘 지내는지 근황이 살짝 궁금한 누군가도 있다. 시절 인연이었지만 마음자리가 따스하셨던 게 왕왕 떠오르는 분들. 어느샌가 만나지 못한 기간도 물리적인 거리도 너무 많이 늘어나 안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당신들. 멀리서나마 평안을 빈다. 정은영, 김 선, 신봉기, 안소연.
일어나 밥을 먹고 차를 몰고 인근 절을 찾았다. 탑돌이하며 오랜 기원을 다시 빈 후 점심 공양을 받고 경내 도서관 겸 찻집에서 불교 서적을 읽으며 루이보스티 한 잔. 다시 차를 운전해 집 뒷산 공원 산책. 3시쯤 귀가해 가득 찬 세탁기를 꾹꾹 눌러 돌리고 현미를 불려 주말에 먹을 밥을 지었다. 재활용 쓰레기를 정리하고 빨래를 베란다와 실내 건조대에 넌 뒤 어제 국 남은 것에 새 밥을 넣어 푹푹 끓여 저녁을 갈음했다. 시어가기 시작하는 끝물 딸기 한 접시를 손질해 디저트 삼아 먹고 내일 아침 식기세척기를 예약해두고 쓰레기통 비워서 내다놓으니 그제야 저녁이 된다. 비교적 여유로운 하루였는데 결락감은 여전하구나.
그 없이도 삶이 계속되고 꽃은 또 피는구나. 빈 자리가 그대로 황막한데 새로 온 봄은 여전히 어여쁘다는 게 종종 가혹하다 느낀다. 환하고 무심한 아름다움은 마치 생살을 저미는 듯한 고통. 이 괴로움을 거울 삼아 낯선 감정들을 더 배우고 받아들일 수 있길. 들여다보면 잔인한 것은 계절이 아니라 현실일 터. 할 수 있고 해야 하며 하고픈 일이 많으니 음습한 데 오래 머물러 있지 말기로. 이 몇 년 동안 생각지도 못하게 아주 멀리 왔으니 방향을 바꿔 또 생각지도 않은 곳까지 멀리 갈 수 있으리라. 어떤 경험도 써먹겠다 마음먹으면 전부 소중한 자산이니. 자신을 바꾸는 게 제일 힘든 일인데 덕분에 아주 많이 바뀌었으니 외풍에만 기대지 말고 이제부터는 다시 제 힘으로, 가자.
내가 갖고 있던 의무감을 놓아버리기로 했다. 아주 오래 지녔던 것들, 이래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어렵게 지속해온 것들도. 하고 싶은 일을 우선하기로. 일단, 누구에게도 전화하지 않는 일부터.
일과 여행으로 여러 번 베트남 다낭에 다녀오면서 꾸준히 만나는 현지인 친구가 하나 있어요. 이름은 Hoang. 정확한 나이는 물어보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서른 전후의 과묵한 남자예요.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려고 4인용 그랩 차량을 호출하면서 그 차의 기사로 우연히 만났지요. 거칠지 않고 부드럽게 운전을 하고 무엇보다 배려가 깊어서 마음이 편했어요. 그랩은 남의 차를 타는 거라서 기사에 따라 분위기가 정말 다르거든요. 영업을 심하게 권유해서 불쾌한 경우도 종종 있구요. 또 택시처럼 빨리빨리 움직여야 돈을 더 버는 구조라 속도에만 신경쓰고 무매너인 기사분도 적지 않습니다. 이후에 다른 차량을 또 그랩으로 타 보니 알겠더라구요. Hoang이 진짜 좋은 운전사라는 걸. 그 뒤로는 이 친구만 카톡으로 호출해 어디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