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 1 | 2 | 3 | ||||
| 4 | 5 | 6 | 7 | 8 | 9 | 10 |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Tags
- 슬픈책
- 제주풍경화
- 세월호참사
- 정원선
- 제주
- 강정 해군기지 반대
- 도시에세이
- 소도시 여행
- 제천 책
- 스토리펀딩
- 잊지않을게절대로잊지않을게
- 제주 해군기지 반대
- 세월호
- 배영란
- 제주 풍경화
- 박주민
- 제천 스물두 개의 아스피린
- 사랑의 단상
- 제천
- 제천여행
- 세월호 참사
- 4.16연대
- 사진
- 같이가치
- 4.16
- 최강현
- 세월호책
- 북구기행
- 롤랑 바르트
- 416
Archives
- Today
- Total
점점
이미순 시, "외상" 본문
마는 초등학교 사학년인 내게 외상으로 쌀을 사오라는 심부름을 시켰다
시장에서 싸전을 하는 외숙모한테 가는 길
돌계단을 내려와 마을 당산나무를 지나 큰불이 몇 번이나 난 성냥 공장 윗길을 지나 큰길에 들어선다
길 오른편에 과일 집, 나무 궤짝 안의 사과를 보며 잘못도 모르면서 붉어서 간다
역 앞에서 동해남부선 기차를 보낸다 차단기 사이로 재빠르게 지나가는 생각들
외숙모가 지인들과 화투를 치며 기분 좋은 go를 질러댈 때 그 앞에서 멈칫했다
그릇을 구경하고 종이로 만든 색색의 꽃을 구경하고 되박에 수북 담긴 쌀을 보면서 시장 두 바퀴를 돌았다
아버지도 몰랐고 언니 동생도 몰랐던 그 심부름
나는 지금 누구에게 이 심부름을 시키고 있는지를 본다
외상을 입은 나의 자리에 흉터가 남았다
- 이미순 시, "외상" 전문, 계간 <시산맥> (2023 봄호)
===============
마음을 붉히고 수없는 상념이 지나가도록 만드는,
그리하여 독자에게 흉터 없이 외상을 입히는 이미순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