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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에 있음" 본문

뛰어라, 여기가 로도스다

박성민,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에 있음"

진광불휘 2021. 8. 21. 22:20

 

518을 다룬 시 가운데 아주 인상깊었던 작품.

이번 광주 원고에 넣고 싶었으나 연락처를 몰라 게재 허락을 얻지 못했다.

그래도 두고두고 읽고 싶어서 여기 베껴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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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선 기억으로 눈뜨는 5월이면

길 위에서 꿈꾸던 노래들이 타오른다

거울 속 발목 빠진 새

한 마리가 울고 있다

 

 

날아가던 총알이 아직 여기 멈춰 섰다

죽지 못한 새들은 죽지에 얼굴을 묻고

불 꺼진 건물들 사이

그림자가 스쳐간다

 

 

머뭇대던 물방울이 미끄러져 떨어진다

허공을 허물면서 날아오는 메아리

금남로 길을 접어서

몸속에 말아 넣는다​

 

  - 박성민,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에 있음> 시 전문, 

   (『어쩌자고 그대는 먼 곳에 떠 있는가』, 시인동네,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