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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프닝 202609 본문
2층 조식당에서 아침식사를 마친 후 산책을 가려던 참이었다.
선글라스를 방에 두고 온 게 떠올라서 일행에게 로비에서 기다려달라 양해를 구하고
혼자 승강기에 탔다. 내 방이 자리한 8층 버튼을 누르고
뒤로 물러나 있는데 누군가 화급히 달려와 엘리베이터에 타는 거였다.
나도 서둘러 계기판쪽으로 두 걸음 옮겨 문 열림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30대 정도의 젊은 여성분이었는데 그가 누른 층수는 로비가 있는 1층.
이거 올라가는데. 내가 말했다.
"Going Up."
"Eh? Not Going Down?"
잠깐 고민하다가, 빠르게 8층 버튼을 한 번 더 눌렀다.
1층과 8층 버튼이 모두 꺼지며, 승강기 문이 다시 한 번 열렸다.
그리고 내가 다시 1층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Going Down."
2층에서 1층까지는 잠깐이니까. 난 그 뒤에 다시 올라가면 되니까.
승강기는 금방 1층으로 내려가 멈췄다. 문이 열렸다.
그분이 로비로 나서며 뒤돌아 보길래 내가 인사했다.
"Good Day."
그러자 그가 물었다.
"한국사람이죠?"
"아, 네.... 한국분이세요?"
"No, I am Japanese."
"...(그래요? 라고 해야 하는데 머리 속에서 영어 표현이 생각이 안 나 멀뚱거리고 있었다)"
그분이 승강기 밖에서 한 손으론 상향행 버튼을 눌러 멈춰세우고 한 손으론 휴대폰에 뭔가를 쳐서
화면을 보여주였다. 고개를 뻗어 들여다보니 구글 번역 화면에 이렇게 쓰여있었다.
"잠깐만 대화할 수 있나요?"
나 빨리 색안경 가지러 가야 하는데... 그러면서도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나 역시 번역앱을 켜서 그에게 보여주었다. 아래부터는 서로 번역앱으로 나눈 이야기
"무슨 일이시죠?"
"미안해요. 많이 바쁘시죠?"
"아니에요. 그런데 왜?"
"여자친구가 있나요?"
이게 무슨 소리야. 아, 이거 로맨스 스캠인가 그런 건가 보다.
예전에 게시판에서 읽었던 서글픈 이야기들이 계속 떠올랐다.
아무 말 없이 묘한 표정으로 바라만 보자, 그가 다시 말했다.
"조식당에서 여러 번 당신을 봤어요. 모든 종업원들에게 인사하는 손님은
당신뿐이더군요. 식사 후에 꼭 감사를 전하는 사람도 당신뿐."
"....."
"괜찮다면 당신과 연락하고 싶어요. 라인이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주소를
알려줄 수 있나요?"
"음....(저절로 이런 소리가 나왔다)"
"저는 혼자 여행왔어요. 함께 식사할 수 있다면 기쁘겠어요."
"저는 50대입니다."
그가 다시 한번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꽤 놀란 눈치였다.
"몰랐어요. 하지만 상관없어요."
"고맙습니다. 그러나 안 되겠네요."
그분은 한 번 더 나를 응시하며 썼다.
"저는 일요일까지 60*호에 머물고 있어요. 고민해 보고 연락주실 수 있나요?"
"고맙습니다. 고심해 보겠습니다. 그러나 응답하지 못할 겁니다."
"고민해 보시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저야말로 고마워요."
"실례가 많았습니다."
그가 방긋 웃었다.
"무슨 실례요? 그런 태도가 제가 프로포즈한 이유예요."
그리고 그는 돌아서 출구쪽으로 향했다. 나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선글라스를 챙겨서
로비로 돌아왔다.
저 왔습니다. 이제 (산책)가시죠, 하는데, 일행이 물었다.
"아까 여자분하고 얘기하던데... 뭐예요?"
"아무 것도 아냐, 말해도 안 믿을 거."
"뭔데요? 차 마시재요? 사귀기라도 하재요?"
"거 봐."
"하하하, 뭔데요? 무슨 애기했는데요. 어느 나라 사람이었어요?"
"너랑 오길 정말 잘했다."
"엥? 그게 뭔 소리?"
"아냐. 저녁에 맛있는 거 먹자구. 내가 살게."
"궁금해 미치겠네. 진짜 얘기 안 해줄거예요?"
"ㅎㅎㅎ"
아무 일도 없었지만 특별한 경험이었던 베트남에서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