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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라, 여기가 로도스다

쓰디 쓴 빼*로데이

진광불휘 2024. 11. 11.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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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 웹서핑을 하다 보니 오늘이 빼*로데이라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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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일을 챙기지 않는다. 이런 상업적인 행사일은 물론이고, 생일도 그렇고 추석이나 설도 그저 심드렁하기만 하다. 굳이 기억하는 날이 있다면 4.3, 5.18, 4.16 같은 도저히 잊을 수 없어 여전히 서늘해지는 추념일들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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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까지는, 절친이 '막대과자의 날'을 챙겨주었다. 그런 걸 싫어하며, 상술에 부화뇌동하는 것뿐이라고 몇 년이나 거듭 말했지만 그는 매년까지는 아니고, 어쩌다 그 날 만나게 될 일이 생기면 '그래도...'라며 편의점에 들러 과자 한 곽을 선물해 주었다. 어쩔 수 없이 나도 절친이 좋아하는 수제 초콜릿이나 이런저런 스위츠를 답례로 들려 보냈는데, 사실 막대과자를 받아서 좋았다거나, 그 날을 따로 챙겨서 기뻤던 적은 전혀 없었다. '왜 굳이!'라는 생각으로 마지못해 응했을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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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사로운 기념일들을 챙길 사람은 없다. 꼭 빼*로데이가 아니더라도. 원하던 상태로 돌아갔으니 응당 평온해져얄 텐데, 절친이 그렇게 되고 보니 이 알량한 '막대과자의 날'에도 여러 복잡한 감정이 치솟는다. 어차피 선물하고 선물받을 거, 기분좋게, 기꺼이, 적극적으로 임할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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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절친을은 아주 잠깐 봤다. 여기서 '잠깐'은 은유가 아니다. 우리가 눈빛을 교환하고 말을 나눈 게 3분은 될 지, 2분도 안 될 지 모르겠다.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다고 그가 좋아하는 메추리알 장조림을 엄청나게 만들어서 가져갔는데, 차라리 빼*로를 만들어 줄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장조림 잘 먹고 있다고 이후에 회신을 받았으나 절친 말처럼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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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 다시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슈퍼에 다녀왔다. 막대과자 한 곽을 사러. 줄 수도 없고 받을 수도 없는 막대과자 하나를 사 와서 테이블에 놓고 한참을 지켜 보았다. 천 이백원 짜리 과자 하나가 이렇게나 많은 상념을 가져올 수도 있구나. 이런 게 그동안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혹은 않은 인생의 단면이구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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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로 빚어 구운 막대에 견과류를 가루내서 뿌리고 그 위에다 엷게 입힌 설탕옷 과자. 탄수화물과 지방과 당분의 조합으로 누구도 싫어하기 어려운 이 단순한 과자에 오늘은

목이 메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