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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영화 "다음, 소희" 본문
상영 시간이 2시간 20분에 이른다는 걸 알고 오래 망설였다. 무겁고 지루하면 어쩌나 생각했던 거다. 어떤 소재를 다루는지 알고 있었고, 세간의 평가도 모르지 않았다. 그래도 미루고 미루었던 영화다. 동네 독립영화관이 늦게라도 기회를 줘서 차를 끌고 보러 갔다. 동네 독립영화관은 부설주차장을 요상한 언덕 배기에 비좁게 만들었는데, 내 운전 솜씨를 믿지 못해 낮에 한 번 시험삼아 가서 주차도 해본 후, 그날만 두 번 째로 상영회차에 맞춰 저녁에 차를 몰고 갔다. 끝나고 귀가하는 이따 밤에는 처음으로 야간 운전을 해야할 터였다. 미션이라고 생각하고 조심스레 핸들을 잡았다.
영화는 좋았다. 아주 좋았다. 길게만 생각했던 2시간 20분은 관람석에 앉아 있는 사이 훌쩍 지나갔다. 카메라가 주인공의 삶을 다각도로 비춰주는 면도 좋았고, 배두나가 무뚝뚝하면서도 감정이 깊은 추적자로 분한 연기도 탁월했다. 영화는 피해자들의 삶을 가감없이 비췄고, 아울러 가해자들과 공범들의 삶도 마찬가지로 꾸미지 않고 보여주려고 애썼다. 그 자세만으로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었다.
후반부에서 배두나는 여러 번 감정을 터뜨린다. 그것을 영화적 완성도의 실패(신파)라고 보는 이도 있을 거고, 감독만의 개성이자 강점이라고 보는 이도 있을 거다. 그래서 보는 내내 나 역시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영화란 그런 거 아닌가. 뒤늦게나마 보여주고 돌이키고 대신 울어주고 고양시키는 일. 하지만 그 점이 한없이 슬프기도 했다. 왜 이런 일을 영화만 하고 있지? 왜 드라마가 해야 하는 거지? 그러라고 멀쩡히 있는 기관들은 다 뭐 하고? 배두나는 영화에서 사건의 원인이 어딘지 거슬러가다가 그런 말을 듣는다. "어디까지 가시게요?" 왜 이렇게 됐는지 아무도 근원을 되묻지 않은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끊임없이 죽어가고, 이제는 아예 태어나지도 못한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다시 생각해 보는 제목은 정말 무섭다. 사람들의 평가는 전혀 틀리지 않았다. 우직하게 비극을 기록해 줘서 고마웠다. 정주리 감독의 이름을 오래 기억하고 응원하겠다. 그리고 그 이상, 해야 할 일들을 하겠다.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