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D시 본문

뛰어라, 여기가 로도스다

D시

진광불휘 2023. 4. 28. 11:58

 

지난 여행으로 내가 D시에서 체류한 일자는 3주에 육박한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3주 동안 있었다고 해서 그 도시를 손바닥을 들여다보듯 샅샅이 알지는 못한다. 제주에서 수 년을 살았으나 그렇다고 제주의 모든 길을 다 알지는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가끔, 며칠간 다녀온 이들이 '내가 거기를 잘 아는데 설명한 곳이 어디냐?'고 물어올 때가 있다. 구글 맵을 켜서 가리켜 주지만, 실은 그 주변은 물론 부근에 뭐가 있는 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다. 장담은, 우리가 어리석을 때 저지르는 실수다. 도시는 깊고, 풍경은 철마다 달라지며, 인기있는 여행지의 동선은 해마다 바뀐다. 3주는켜녕 3개월도 한 동네를 알기에 충분치 않은 시간이다. 심지어 3년도 아니고, 범위를 도시로 넓히면 더더욱. 그런데도 여행을 자주 다닌다는 오만으로, 그래봐야 한 도시에 이삼 일 머물면서 그곳에 대해 전문가인양 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실 그들이 본 것은 어느 계절 어느 날씨의 한 순간에 불과한데도.
 
가능한 한 도시에 오래 머무르려 노력한다, 여러 도시를 짧게 다니기보다. 이유야 간단하다. 그곳을 좋아하니까. 관심이 있고 애정을 품었으니 가능한 많은 것을 알고 싶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싶고, 다채로운 경험을 하고픈 거다. 나는 세계여행에 흥미가 없다. 언제나 설레는 것은 한 장소에서 여러 계절을 겪어보는 일이다.
 
내년에도 D시에 가겠다. 3주간 묵어보지 않았던 곳을 찾아 그 동네의 풍경과 습속을 들이마실 것이다. 즐겁겠지. SNS에 나오지 않는 곳들을 방문하는 일은. 더 정겨워지겠다. 그러면, 더더욱 애틋해지겠지. 그리고 겸손해지리라. 4주 역시 아무 것도 아니니까, 또 새로운 곳들을 가보게 될 테니까. 그 포인트들은 지도에서 아주 작은 점에 불과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