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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금녀, " 별사(別辭)" 본문

뛰어라, 여기가 로도스다

최금녀, " 별사(別辭)"

진광불휘 2023. 2. 4. 12:25

 

 
 
 
커피 잔이 마룻바닥에 떨어졌다
아끼던 것
그는 깨지면서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벌겋게 충혈 된 안개꽃 무늬들
책상다리의 살점을 저며 내고
내 손가락에서도 피가 흘렀다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서로 다른 세상의
낯선 기호가 되고 말았다
 
아끼던 것들은 깨지는 순간에
그처럼 얼굴을 바꾸는구나
 
순한 이별은 없다
 
 
 - 최금녀 시 <별사(別辭)> 전문,  <<한 줄 혹은 두 줄>> 시월,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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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져야 하는 의무와 상관없이, 상대에게 그럴 권한이 있다는 건 알아야겠지.
준비할 필요까진 없으나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은 해둬야.
이별은 언제나 세 번 이루어지는 것, 불의의 순간에 또 상실의 체감에, 마지막으로
이게 모두 과거가 되었구나 하는 회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