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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허수경, "오래된 일" 본문
네가 나를 슬몃 바라보자
나는 떨면서 고개를 수그렸다
어린 연두 물빛이 네 마음의 가녘에서
숨을 거두며 살랑거렸는지도
오래된 일
봄저녁 어두컴컴해서
주소 없는 꽃엽서들은 가버리고
벗 없이 마신 술은
눈썹에 든 애먼 꽃술에 어려
네 눈이 바라보던
내 눈의 뿌연 거울은
하냥 먼 너머로 사라졌네
눈동자의 시절
모든 죽음이 살아나는 척하던
지독한 봄날의 일
그리고 오래된 일
- 허수경 시 "오래된 일" 전문,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문지,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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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지 않아 옛 시집을 들춰본다.
허수경의 시를 읽노라면 그가 왜 고고학을 제 업으로 삼았는지,
자신을 기른 고국을 떠날 수 밖에 없었는지.
하냥 그리워하면서도 끝끝내 귀국 안했는지 저절로 이해되고 만다.
그는 떠났고 끝내 돌아오지 않아 텅 빈 자리마다 풀이 자랐다.
그 풀들은 생생하기보다 처연하여 쓸어볼수록 쓰리구나.
허의 시는 선혈이 뚝뚝 묻어나는 통점.
여전히 우뚝하나 가녁에서 풍화해가는 빛바랜 기념비.
쓰여진 고통을 어루만지는 일은 그저
뒤늦은 전화같구나.
이제는 아주 오래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