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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라, 여기가 로도스다

220706

진광불휘 2022. 7. 5. 09:32

 

*
P의 부담을 줄여드리고자 이런저런 일들을 해 왔지만
이제 그런 배려가 되려 내 삶을 망치고 또 옥죄고 있다. 
그들은 제 손으로는 아무 것도 하려 들지 않고
내게는 배려하지 않는다. 그저 비용이 적게 들기만 바랄뿐.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분노가 치밀고
이들과 다시 만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바보짓을 이제는 정말 그만두기로 하자.
이미 관계에 경고 신호가 뜬 지 오래되었는데
애써 눈감은 내 탓이 절반이기도 하다.
그냥 놓자.
 
 
*
두 달 여만에 처음으로 동네 친구를 만나 술을 마셨다.
항상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또 상대방의 관점에서 신경을 깊이 써주는 후배이고,
또 화제가 풍부해서 내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도 부담없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사건이 벌어진 후 처음으로 술집에 간 셈이기도 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 할 수 있어서 속이 좀 시원했다.
 
 
*
하지만 그런 친구를 앞에 놓고도
우울에서 빠져나오지는 못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서도 나는 종종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 것처럼 내 우울에 갇혀 있었다. 
우울, 이라는 것은 이렇게 투명한 장막에 격리되고 고립되는 일이구나 생각했다.
운동을 좀 해서 어떻게든 벗어나야지 생각했는데
여름철이라 그게 가능할 지 모르겠다. 홈트라도 횟수를 늘려야 하나 싶다.
 
 
*
객관적으로도 자각적으로도 나는 상태가 좋지 않다.
인정하고 바꿔갈 시도를 차근히 해내가도록 하자.
너무 많이 상상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에만 집중하자.
좋은 일들은 여전히 많이 있다. 내가 그것들에 빠져들지 못할뿐.
할 수 있는 일들을 하자. 할 수 없는 일들로 자신을 괴롭히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