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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라, 여기가 로도스다

9월 셋째 주

진광불휘 2025. 9. 23.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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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설친 김에 일찍 보건소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종종 동남아에 가니까, 다녀와서 문제가 없는 지 검사(장티푸스 등)를 받곤 한다. 다행히 이상 무. 보건소가 도서관 근처에 있어서 오며가며 들르기 좋다. 내가 사는 종암동은 조용한 주택가라 딱히 편리한 시설이 없지만, 필요한 것들은 전부 근처에 있어 걸어서 갈 수 있다. 살기에 괜찮은 동네라는 생각. 부동산 값은 오르지 않으나, 그게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주거권을 투기 용도로 착각하는 뜨내기들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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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중에 섬의 친구에게서 긴 답장이 왔다. 내가 가진 걱정을 싹 지워주는 내용이었다. 재답장을 쓰느라 점심도 미루고 잠시 골몰했다. 인스타 메시지는 긴 답장을 허용치 않더라. 구글 킵에다 옮겨 마저 쓰고 메일로 보냈다. 맨 처음 톡을 보내며 뻘짓이 아닐지 고민했는데 다행이다. 언제 대면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푸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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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늘 가는 국수집에서 먹었다. 오늘은 특찬으로 콩나물 반찬이 나왔다. 이 집은 종종 특찬을 낸다. 그래선가 손님이 간혹 특찬 없냐 찾을 때도 있다. 랜덤으로 주는 거라 날짜나 시간을 미리 알 수 없다. 그게 또 매력. 

할머니들이 운영하는 이 집은 양이 푸짐하고 맛도 자극적이지 않아서 자주 찾는다. 그런 생각을 했다. 언제까지 이 식당을 이용할 수 있을까. 10년 뒤에도 주인 할머니가 가게를 하실까. 기계를 다루는 게 어려워 신용카드조차 받지 않는 식당인데. 가게가 사라지면 쓸쓸해 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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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드물게 평화로운 하루였다. 그러나 내가 태풍의 한가운데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순간 순간 누리는 안식을 소중히 여겨야겠지. 밀고 써는 파도 속에서도 잔잔한 한때를 가질 수 있다면 그 이상은 바라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