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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라, 여기가 로도스다

섬의 친구에게

진광불휘 2025. 9. 21. 17:38

 

늘 천방지축, 뻗대고 싶은 대로 살아오다가 지난 몇 년, 연이어 닥친 가까운 이들의 불행에 휘청이고 있어요. 사정이 어려워지면 비슷한 상황을 겪은 사람들은 어쨌나 두리번 거리게 됩니다. 섬에 계신 존경하는 선배이자 믿음가는 친구에게 뜬금없이 안부를 물은 것도 그 일환이지요. 늘 단단하게 생활과 주변을 다져온 당신도 바깥에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를 겪었다는 것을 최근에야 눈치챈 걸 보면 저는 꽤 어리석은 사람인가 봅니다. 집안에 들이치는 비바람이 너무 거세 창문을 닫아버려서일까요. 한참동안 남을 살피지 못했습니다. 그리워만 하는 건 아무 도움도 안 되잖아요. 아주 작은 무엇이라도, 하다못해 안부라도 나눌 수 있도록 재차 주의하겠습니다.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근황을 올려주셔서 정말 기뻤습니다. 마음 속으로 계속,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 SNS에 귀띰이라도 해주셨으면 좋겠다 내내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거짓말처럼 딱, 속마음을 보여주셔서 어리둥절했습니다. 제가 톡을 보내며 혹시 그런 부탁을 드렸나, 다시 한번 기록을 살폈더랬어요. 물론 아니었습니다만 쉽잖은 상황에서 용기내서 이런저런 토로를 해주신 게 못내 고맙고 기꺼웠네요. 

 

사소한 실수로 약간 다친 얘기, 신약 효과를 보려다 부작용을 겪은 경험, 엉뚱한 데 들어갔다가 밀려나온 실수담... 그러셨구나. 이런 일이 있으셨구나. 마른 침을 삼켜가며 글을 몇 번이고 다시 읽었어요. 내밀한 이야기를 다 할 수는 없지만, 용기있고 솔직하게 자신을 내보여주신 것 같아 저도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과연 나라면 이런 얘길 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했어요. 글은 전부 일종의 실패담이지만 그같은 시행착오는 당신이 단단하게 바닥을 다져가고 계시다는 걸 반증하는 듯 해서 되레 좋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당신께선 자신이 잘해 온 자랑은 농담으로도 비치지 않으셨어요. 사실 누구보다 견고하게 커리어를 쌓아오셨고, 개인적 삶과 사회적 변화를 아울러 추구해 오셨으며, 전업하신 이후에도 올곧게 개성을 지켜가며 사업을 고유한 색으로 물들여 오신 분이라 그 안에도 만만찮은 상황이 있을 거라는 점을 저는 거의 상상하지 못했어요. 자랑하지 않는만큼 불평도 내뱉지 않는 성정이셨으니까. 무소식이 희소식일 거라고 맹하게 믿었던 거죠. 당신의 SNS는 여전히 새로운 도전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제, 그 기록 뒤에 어른거리는 눈물과 땀의 물기가 느껴져요. 정말 애 많이 쓰셨습니다. 가장 어려운 시간이 지나고 한숨 돌리는 변화의 순간이 다가오기를 저도 함께 기원할게요.

 

오늘 서울은 하늘을 빨래해 새로 걸어둔 것처럼 더없이 맑고 명징해서 기분좋은 가을날이었습니다. 그쪽 날씨는 어떤가 모르겠네요. 지독하게 뜨거운 불의 계절이 불과 며칠 전까지 한반도에 내려앉아 있었잖아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그 더위도 물러갔듯이, 인생의 계절도 불현듯 바뀌는 법이니 우리 하루하루를 또 성실하게 살아갈 수 있었음에 스스로 대견해 하면서 따가운 시절들을 잘 견딜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머지 않아 우리 그랬잖아, 이렇게 힘든 일도 있었잖아 옛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술잔을 부딪히는 시간이 오리라 믿어요. 그때까지 마음이 너무 멀리 가지 않도록 스스로를 보듬기로 해요. 필요한 게 있으시거든 언제든 연락을 주세요. 저도 일없이, 용건없이 종종 안부 전할게요. 

 

당분간 그러실 수 없겠으나, 행여라도 서울에 오시거든 알려주십시오. 버선 발로, 아니 크록스 발로 뛰쳐나가 맞이하겠습니다. 오래 뵙지 못했는데도 늘 챙겨주셔서 황송합니다. 받은 은혜를 제가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다면. 

 

당신은 언제나 타인에게 큰 힘과 작지 않은 위안이었습니다. 혹시라도 자신이 하찮게 생각되시는 날이 있다면 제 말을 떠올려 주시길 바래요. 곁에 있을 수 없어도, 응원과 지지의 마음은 늘 전할게요. 가족분들 모두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이만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