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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정철훈, "개 한 마리의 명상" 본문
세 살배기 요크셔테리아가
베란다 창가에 눌러붙어 밖을 내다본다
왁자지껄한 하굣길 아이들이려니
분리 수거 뒷정리를 하는 수위 아저씨려니 했으나
슬쩍 엿보니 시선은 영 딴판이다
건너편 아파트벽을 타고 넘는 구름이라든지
비닐봉지를 둥실 허공으로 띄운 바람이라든지
개는 바람을 보고도 짖는다던데
짖지도 미동도 않은 채
모든 게 이미 폐허라는 걸
녀석도 알고 있는 표정이다
길 잃고 헤매던 것을 데려온 지 이태
제 태어나 자란 집과
어미에 대한 이쁜 기억이 있기는 있을 텐데
오래 떠돌다 돌아온 내 마음을 읽었는지
슬쩍 고개를 돌려 촉촉한 코끝을 움실거린다
하기사 우연히 흘러들어와 살게 되기는 마찬가지
누구의 것도 아닌 생의 한복판에
서로가 서로에게 포개진 듯 아주 잠시
까만 눈망울이 파르르 흔들린다
- 정철훈 시 <개 한 마리의 명상> 전문, <<개같은 신념>>, 문학동네,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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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시. 시인은 이렇게 너머의 너머를 보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