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Tags
- 정원선
- 박주민
- 슬픈책
- 제천
- 세월호 참사
- 롤랑 바르트
- 제주
- 제주 풍경화
- 사진
- 제주 해군기지 반대
- 제천여행
- 잊지않을게절대로잊지않을게
- 4.16연대
- 4.16
- 최강현
- 북구기행
- 소도시 여행
- 배영란
- 세월호책
- 스토리펀딩
- 세월호참사
- 도시에세이
- 같이가치
- 제천 스물두 개의 아스피린
- 세월호
- 제천 책
- 사랑의 단상
- 416
- 제주풍경화
- 강정 해군기지 반대
Archives
- Today
- Total
점점
일기일회 본문
인생에 두 번이 있을까요?
일기일회, 라는 말이 잔혹한 함의를 품고 있다는 걸 압니다. 어떻게 우리가 매번, 한 번도 빠짐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겠어요. 그랬다면 우리는 벌써 저 세상 사람이겠지요. 그러나 간혹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전에도 마음을 내주지 않았는데, 과연 다음에는 그러할까. 과거가 미래를 담보하지는 못 합니다만, 과거 없는 미래도 없으니까요.
약속은 사실 허망한 것입니다. 그건 현재의 바람을 오지 않은 앞날에 투영하려는 시도이므로. 우스갯소리에서 그러하듯이, 오늘의 나는 쾌락을 즐기고 의무는 내일의 나가 어떻게든 하겠지, 라는 버전을 한 단어로 점잖게 표현하면 '약속'이라고 생각해요. 다음에 만나요, 라는 말은 어떤 확정도 없고 그저 붕 떠 있는 달달한 구름 같은 것이죠. 보기 좋지만 실체가 없습니다. 그게 싫어서, 약속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재차 확인하는 사람도 있는 거겠죠.
덕분에 아주 행복한 한때를 보냈습니다. 그래봐야 무해한 대화를 잠깐 나눈 것뿐입니다만, 어떤 경험이 즐거우면 다시 기대하게 되는 법이죠. 하지만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과 같이, 같은 일을 반복한다고 똑같이 혹은 그 이상 만족스러울 수 있을까요. 우연을 기뻐하고 그 기쁨을 또 다른 이에게 돌려주면 되는 것인데, 어리석게도 제가 불가능한 재연을 바랬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으며 가능하지도 않은데.
언젠가 또 마주앉아 차 한 잔을 마실 수 있길 바래요. 지금의 삶은 우리가 간신히 얻어낸 아주 귀중한 한 때이니까. 그걸 낭비하지 않기로 해요. 이번에야말로 우선순위를 자신에 두고 하고 싶은 대로 하십시다. 그런 삶을 응원하고 또 지지할게요.
언제 뵐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못 뵌 들 어떻습니까. 또 다른 순간과 만남이 있겠지요. 인생에 두 번은 없다고 생각하므로, 저는 다시 다른 한 번을 향해 갈 것입니다. 행운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