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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시장 고향만두2 본문
일이 있어 모처에 간 김에 식사를 할 곳이 어딘가 지도앱을 열어보았다. 길눈이 밝지 않아 잘 몰랐지만 바로 근처에 그 집이 있었다.
애매한 시간에 들렀는데 다행히 영업중이었다. 혼자라고 밝히고 바지락칼국수를 주문했다. 그러자 여사장님은 주방으로 들어가 반죽을 칼로 썰기 시작했다. 국수를 새로 만들어 주시려는 거였다. 남사장님은 김치를 썰어 내주셨고 연이어 배달앱 주문벨이 울리자 포장에 몰두했다. 가게를 슬쩍 둘러보며 음식을 기다렸다. 예전보다 나이가 드신 티가 났지만 부부 사장님들은 그대로셨다.
10여분 쯤 시간이 지나고 칼국수가 나왔다. 국물부터 맛봤다. 시원하고 깔끔했다. 재료를 아낌없이 넣어서 그릇은 아주 푸짐했다. 국수가락이 부드러우면서도 살짝 쫄깃했고, 바지락을 너무 많이 넣어주신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계속해서 젓가락에 걸렸다. 얇게 썬 호박고명은 식감이 아주 좋았다. 전부 비우기가 어려울 정도로 양도 많았다.
가장 놀란 것은 김치맛이었다. 분식집에서 이런 김치를 맛보는구나. 단무지가 곁들여 나왔지만 곁눈질하지도 않았다. 국수를 해치우고도 남은 김치를 마저 먹을까 고민했을 정도였다.
그대로구나. 아니, 체감하기에는 오히려 예전보다 더 싸진 것 같네.
계산을 하려고 뒤늦게 메뉴판을 살펴보니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바지락 칼국수 6천원. 시장에 있다고는 하지만 여직 이런 값을 받으시는구나. 아마 이런 맘으로 자식들을 키우셨겠지. 사장님의 자녀분과는 오래 전 짧은 인연이 있다.
아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또 올게요. 건강하세요. 셈을 치르며 간단치 않은 인사를 드리자 남사장님은 웃으며 답했다. 고마워요. 또 와요.
우리의 어떤 자세는 스스로 만든 게 아니라 모르는 사이에 그저 몸에 익은 것들이기도 하다. 가끔 그게 그립고 고마워서 옛집들을 찾는다. 이제는 그저 그런 곳들이 남아있다는 자체가 감사하다.
건강한지 모르겠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정직하고 성실하면 된다. 때로는 어떤 굉장한 성과보다도 그게 더 중요하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쉽지 않으나 잘 알아주지 않는 일이니까. 빛나지 않아도 소중한 일상을 이루는 힘이니까.
가끔 동부시장 고향만두에 들를 것이다. 예전처럼 또 칼국수 한 그릇을 주문하겠다. 오래 그럴 수 있길 바란다. 두 분 사장님과 가족들의 평안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