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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 본문
절친과의 재회는 불현듯 연락이 와서 갑자기 성사됐다. 무려 8개월 여 만에. 절친은 상태가 전보다 훨씬 좋아보였고, 자동차를 이용한 이동에도 익숙해진 듯 했다. 집과 병원만 오가는 삶에서 벗어났다는 뜻이어서 한층 마음이 놓였다. 화기애애하게 한참을 같이 떠들었다. 대접해 주겠다고 다과를 산 쪽도 절친이었다. 2시간이 훌쩍 지났다. 절친의 가족들과 우리(친구들과 나)는 서로 선물을 주고 받으며 헤어졌다. 금방 다시 보자고 얘기했는데, 그때가 언제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오늘 그가 준 힘으로, 오래 버틸 수 있을 게다. 헤어질 무렵, 절친은 눈시울을 적시며 고맙다고 여러 번 말했는데, 그는 아직 모른다. 그가 존재한다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가치인지를. 진짜 고마운 것은 우리일 것이다. 그가 안간힘을 다해 살아남아 주어서 우리도 이렇게 버티고 또 모일 수 있었나니.
오늘 좋은 일이 많았지만, 그중에도 특히 친구들이 보여준 태도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나만 제외하고는 모두 어렵게 시간을 내서 나온 사람들이었다. 일주일에 하루뿐인 휴일을 뺀 K쌤 부부, 오늘 새벽 4시까지 야근하고서도 마치 최고의 컨디션인 양 절친 곁에서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전부 반응해준 K씨. 절친을 만나서도 행복했지만, 당신들이 있어서 자리가 더욱 따스했다.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응대란 어떤 것일지 더 이상 나는 궁금해하지 않을 것 같다.
힘들다는 고백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누구보다 열심히 싸워왔음을 상기시키며, 지금의 고통도 여전히 의미가 있다는 것을 넌지시 알려주면서 존재 자체가 큰 힘이라는 사실을 토탁이듯 확인해 준 당신들. 눈물나게 고마웠다. 온 몸에 빛을 담고 와서 그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가져온 빛들을 모두 절친에게 넘겨주려고 작정한 듯한 한때였다.
최선이라는 말이 온 힘을 다한다는 뜻이란 걸 안다. 하지만 친구들은 그런 광의의 뜻 말고 글자 그대로의 '최선'을 보여준 것 같다. 가장 최, 착할 선,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선의의 한 극단을 목격한 느낌이었다. 나는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나의 최선은 그저 내 깜냥 그대로일뿐 아니었나. 돌아오면서 여러 번 자책하게 된다.
살아가는 일은 진보일 수도 있고, 연명일 수도 있으며, 혹은 퇴행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 모두가 한데 섞여있는 게 삶일 것이다. 그러니 우리 너무 단언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좀 더 너그러워지자. 절친에게만 하는 말이 아니다. 퇴행처럼 보여도, 연명이라고 느껴도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힘이다. 그런 힘을 줄 수 있고, 나눌 수 있으며, 받을 수 있는 게 생의 진면목일 것이다.
더 많이 배우고 익히겠다.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 내 자신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리고 언젠가 오늘 배운 것들을 다른 누군가에게 돌려주겠다.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