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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김나영 시, "나의 유물론" 본문
왜 하필 느끼한 레스토랑이냐고 툴툴거리는
남편의 식성과 마주앉아 밥을 먹었다, 생일날에
다친 마음도 밥 앞에서는 이내 맥을 못 추는
나는 이 세상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족속이다
평일보다 더 못한 기념일
소화되지 않는 속내와
날이 서는 내 눈초리에
선물 대신 뒤늦게 내미는 남편의
돈봉투를 낚아채듯 받아들었다 순간
손끝으로 좌르르ㅡ 전해오는 돈의 두께에
다친 마음이 초고속촬영을 하듯이 아물고 있었다
돈을 사랑하는 것이 일만 악의 뿌리라지만
그것은 두꺼운 성경책 안에서나 통하는 말
돈의 위력 앞에 뭉쳐 있던 내 속과
눈꼬리가 순식간에 녹진녹진 녹아났다
조금 전까지 야속하던 남편도 면죄하고야마는
나의 종교는 유물론에 더 가깝지 싶었다
내 안에서 비릿하고 역겨운 냄새가 울컥 올라왔지만
빳빳하고 두둑한 돈을 꽉 움켜쥐고서
나는 개처럼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 김나영 시, <나의 유물론> 전문, <<수작>>, 애지, 2010
===
자신을 부끄러워하면서도 그걸 부감할 수 있는 여유.
정말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