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제천여행
- 세월호참사
- 사진
- 416
- 박주민
- 잊지않을게절대로잊지않을게
- 제주 풍경화
- 제주
- 같이가치
- 제주풍경화
- 제천
- 제천 스물두 개의 아스피린
- 세월호 참사
- 사랑의 단상
- 정원선
- 스토리펀딩
- 제천 책
- 강정 해군기지 반대
- 4.16
- 세월호책
- 북구기행
- 제주 해군기지 반대
- 도시에세이
- 롤랑 바르트
- 소도시 여행
- 배영란
- 4.16연대
- 슬픈책
- 세월호
- 최강현
- Today
- Total
점점
부산 번개 본문
부산에서 연이어 일정이 생겨 비는 시간은 금요일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딱 세 시간이었다.
평소처럼 좋아하는 장소를 걷고 노포 식당을 방문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번에는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여기 홈페이지에 시간이 나는데 혹시 짬이 맞는 분이 있다면 뵙자고 적었다.
별 기대는 없었다. 하루 600명 이쪽저쪽이 보는 개인 홈페이지에, 그것도 교류가 있던 분에 한해서,
라는 조건이었으니.
그러나 거짓말처럼 번개가 성사됐다. 남포동 비프광장에서 만나기로.
설레는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가 오랜만에 남포동 뒷골목을 거닐다 번개 파트너를 만났다.
<1984 최동원>의 조은성 감독님과.
그 다큐를 보고 리뷰를 남긴 게 인연이 되어 그 뒤로 SNS로 '좋아요'를 주고 받긴 했지만
직접 만난 건 처음. 그 작품 외에도 <미싱 타는 여자들> 등 그해의 탁월한 진보적 다큐들에
조력을 아끼지 않은 분이었다.
그는 만나자마자 커다란 캐리어를 열어 여러 선물을 내밀었다.
어제 제작이 끝났다는, 따끈따끈한 <1984 최동원> DVD,
최동원의 백넘버 11번이 새겨진 키링, 또 최동원 사인볼.
이러저러 안부를 교환하고 서로 덕담을 나눴다.
생각보다 죽이 잘 맞아 다음에 술을 한번 길게 마시기로 했다.
10월엔 그가 다음 다큐를 위해 마지막 일본 출장이 남아 있어
여유가 없다고. 부천이 집인 그에게 혹시 서울 올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연락달라고 했다. 저희 집에서 와인 한 잔 하시자고.
그는 껄껄 웃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저 와인 좋아합니다!"
혹시 안 되더라도, 11월에는 한번 부천으로 찾아가 만날 예정이다.
후반작업이 아주 힘들고 지루한 과정이라는 걸 안다. 만남이
겨울로 혹은 더 미뤄질 수도 있겠지. 그러나 어떠랴.
날이 차가워지면 함께 술 마시는 게 더 즐거워지겠지.
부산에선 감독님 덕분에 뜻밖의 행복을 맛봤다.
다음에는 최동원 얘기와 다음 다큐의 주인공 얘기를 아주 길게 나누리라.
삶은 무언가가 벌어지는 일.
매번 이럴 순 없겠지만 종종 일을 벌리려 한다.
그래야 우연한 행복이 생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