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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품을 수만 있다면 본문
피츠제럴드의 소설집을 읽고 있다. <위대한 개츠비>(보다 정확한 번역은 '굉장한 개츠비'겠으나)가 준 감흥이 아주 커서 별 기대없이 책장을 넘겼다. 장편과 단편은 전혀 다른 게 일반적인 까닭이다. 하지만 피츠제럴드는 '굉장'했다. 단편들은 색이 다른 비단처럼 하나같이 우아하고 또 매끈하다. 그중에서도 "겨울 꿈"이 특히 좋았다. 마치 개츠비의 '가지 않은 길' 버전인 듯한 줄거리와 읽은 후에 감도는 긴 여운이 마음을 쥐고 흔든다. 소설 속에선 뻔한 일들이 뻔하지 않고, 과거는 시간의 단절 그 이상으로 다가와 현재를 내동댕이친다. 독자는 속수무책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다. 이 재능으로 그는 시대를 꿰뚫어봤구나. <개츠비>의 통찰이 없이도 이런 수작들을 여럿 빚어냈구나. 그의 단편집을 읽는 것은 거장의 성장담을 훔쳐보는 일 같기도 하다. 피츠제럴드는 청춘의 상실이 생의 대단원일지도 모른다고 설파하지만, 막상 본인은 그 규정과 상관없이 그후에도 일가를 이뤘다. 그로부터 고통이 의미가 있다는 걸 배운다, 오래 품을 수만 있다면. 늘 잊고 싶고, 또 회피하고자 애쓰면서도 다시 한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