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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두 번 째로 좋았던 본문
지난 1년 중에 오늘이 두 번 째로 좋은 날이었다. 절친과 3개월만에 이야기를 나눴고, 실이 끊겼던 옛 친구와도 통화를 했다. 대화는 불완전했지만 애정과 지지를 전했고, 전화는 낯설었으나 응원과 기약을 받았다. 두 가지 특별한 일이 연달아 이어져 어리둥절한 하루였다.
작년 5월 별안간 세계는 멋대로 돌아가는 야바위판으로 변했다. 그 후의 나날은 어땠나. 울화를 억누르고 삼가 기원을 바치는 위태롭고 조심스런 시간이었다. 나쁜 뉴스는 끝나지 않았다. 절친을 돕겠다며 설정한 목표들은 전부 이루었는데, 안팎의 사정은 갈수록 악화됐다.
어느 날 나는 하루종일 말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 것도 갖고 싶은 게 없었고, 어디에도 가고 싶지 않았다. 일부러 끼니를 거른 적이 없는데도 체중은 끝없이 줄었다. 몇 안 되는 선후배와 친구들이 우물 속에서 나를 꺼내줬다. 술을 사주고, 딴 데 정신이 팔리도록 만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삶이 계속된다고 알려줬다. 그러나 여직 나는 생을 실감하지는 못한다. 마음이 건강했을 때의 관성으로 움직이는 중이고, 제 힘으로 의욕을 일으킬 수는 없다. 이 삶의 필요조건은 상당수 의무감으로 채워져 있다.
진보주의자는 낙관하는 사람이다. 한 사람의 인생은 짧아서, 우리는 헌신과 희생으로도 당대에 원하는 바를 전부 이룰 수는 없다. 진보주의자는 '우리가 하는 일의 열매가 다른 사람의 나무에서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또 믿는 사람이다. 낙관하지 않고 싸움을 계속할 수는 없다. 고통은 우리의 소중한 동력원이다. 비록 그로써 소진되는 값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고는 해도.
1년 전과 비교해 보면 불확실성은 많이 가셨고, 최악의 순간은 지났다. 지금 내가 겪는 고통은 절친의 고통을 동감해서였다가 이제는 좀 더 개인적인 부분으로 번져와 있다. 예상할 수 없이 긴 기다림과 점점 더 폐쇄적이 되는 그쪽의 사정과 그동안의 억눌린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비롯된 홧병에 가깝다.
전과 같은 행복을 얻지는 못할 거다. 좋든 싫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의 삶을 질료로 무엇을 빚을 수 있을까 상상해 보자. 순간순간 폭발하는 이 기화열을 변환할 방법을 찾자. 생활에 루틴을 세우고, 사사로이 즐거워 하자. 병원과 집을 오가는 그동안의 주차 연습에서도 벗어나 코스를 공원과 물가로 확대하자. 멀지 않은 친구 집에도 가 보자.
짊어지겠다는 생각은 좋다. 그러나 오직 짊어지자는 의무감만으로는 제대로 도맡을 수도 없을 것이다. 작은 즐거움조차 느껴서는 안 된다는 엄숙주의를 버리자. 어떻게 해야 계속할 수 있고 즐겁게 할 수 있는지 더 찾아보고 경험자들에게서 조언을 받자.
누군가를 돕거나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본인이 자립하고 즐겨야 한다. 명심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