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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소설집, "자연사 박물관" 본문
이수경 소설가의 <자연사 박물관>을 읽는다. 지나치다 몇 번 본 사이고, 페친이기도 해서 오해하고 있었다. 그의 성정처럼 상냥하고 따뜻한 이야기일 거라고. 편견이 무너지는 건 삽시간이었다. 사건을 냉철하게 기술하고, 감정을 길게 허락치 않는 구성이 긴장감을 더한다. 쉬운 낙관을 배제하는 결말이 하도 단호해서, 표제작이기도 한 <자연사박물관>을 두 번 읽었다. 고통스러우면서도 눈을 떼지 못했다. 당의를 입히지 않은 당대가 책 속에서 고요히 물결치고 있었다. 책장을 넘기면 자꾸 무언가가 스며들어온다. 그래서 무섭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다. 하지만 내려놓을 순 없겠지. 그게 우리의 현실이고 삶이니까.
축제가 한창인 캠퍼스에서 보자니 이 비극이 한층 선명하게 되비치는 듯. 비통함은 미뤄지거나 가려질뿐 사라지지 않는다. 만성이 되어 무뎌진다고 해서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그 다음,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