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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라, 여기가 로도스다

부산

진광불휘 2023. 4. 12. 21:03

 

형제같은 친구 J가 3월부터 타지에서 일하게 되면서 이제 부산에 친한 사람이라고는 윤정님뿐이다. SNS로 오래 인연을 맺어 왔고,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번 응원을 받았지만 한 번도 직접 만난 적은 없는. 내가 변죽이 좋은 편은 못 되기에, 용건이 따로 있지 않은 이상은 뵙자고 정식으로 청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갚을 빚이 있으니 언젠가 슬쩍 영업장에 들러 늦은 개업 축하금을 전하고 싶긴 한데...
 
당분간 내가 부산을 간다면, 지역민을 만날 일이 없는 그저 여행의 목적일 거다. 여름까지는 그조차도 없을 거고. 그러니까 부산은 다낭이나 홍콩, 파타야 같은 낯선 도시가 되겠지. 그게 여행지로서의 부산의 단점은 아니다. 잘 모르는 곳, 낯선 장소야말로 호기심을 부르는 까닭.
 
부산은 오랜 시간을 거쳐, 간신히 내게 낯선 도시가 됐다. 여러 인연이 있었지만 모두 끊어지고 흩날렸다. 지나간 것은 긍정할 수 있다. 과거는 어떻든 내가 가진 소중한 유산이다. 거기를 뒤적여 후회만 곱씹는 이들도 있겠으나 나는 아니다. 타인의 오래된 흑백사진을 넘겨보듯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거리를 두고 의미를 건져낼수 있다. 
 
낯선 도시인 부산에 가고 싶기도 하다. 부산이라는 도시는 꽤나 매력적인 장소니까. 지금보다 좀 더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부산 팀을 꾸려야겠다. 역시 누군가를 데려가서 낮에는 미친듯이 돌아다니고 저녁에는 우와왁, 같이 술 마시는 게 즐거우니까. 가 볼 곳은 여전히 많다. 여유가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지금은 마음이 편안치 못할뿐.
 
날이 더워지면, 부산에 가자고 말해야겠다. 아주 즐거워 지리라. 이제 그곳은 외국이나 마찬가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