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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라, 여기가 로도스다

주행 연습

진광불휘 2023. 3. 29. 22:28
주행 연습으로 처음 나간 도로에서 옆에 앉은 강사님이 그랬다. 브레이크와 악셀을 천천히 밟으라고. 알고는 있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아 자꾸만 급제동이 걸렸고, 급출발도 반복했다. 살짝 밟으라는 조언이 여러 번 뒤따랐으나 익숙해지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렸다. 강사님은 자신이 다 보고 있다며 이 쪽에서 전부 대비하고 있으니 긴장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강사님을 못 믿는 게 아니라 내 컨트롤을 믿을 수 없어 자꾸 깊게 밟게 된다. 못 서거나 제대로 출발하지 못할까 봐. 앎이 체화되지 못한 초보의 한계다.
 
귀기하며 그런 생각을 했다. 누군가 브레이크를 밟고 있구나. 갑자기 급제동을 걸었다가 살짝 발을 뗐다가 지금은 또 지긋이 브레이크를 밟는 중이구나. 신기하다. 강사님이 내 발을 보지도 않고 브레이크와 악셀을 밟는 정도를 알듯, 우리는 지인들이 두는 거리감을 어렵잖게 체감할 수 있다.
 
그 마음을 이해한다. 경로와 이력과 취향이 다른데 꼭 길게 동행할 필요는 없으니까. 일부러 무언가를 하려 들지 않아도, 그저 본인의 인생을 살아갈 뿐인데도 그것이 휴식이나 배움, 혹은 매혹으로 작용하는 관계가 있다. 하지만 그런 행운은 많지 않다. 99퍼센트는 서로 노력해서 쌓아가는 우정이다. 그치만 노력을 강요할 순 없다. 피로감이 들면 멈춰 생각해 보는 게 맞다.
 
집에 돌아와서도 브레이크와 악셀을 밟는 시늉을 여러 번 했다. 여전히 쉽지 않다. 앞으로도 나는 한참동안 연습을 거듭해야 할 것 같다. 이 기록은 사실이면서 또한 비유다.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