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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일과 본문
일어나면 삼각김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우고, 토마토를 씻는다. 그리고 두유 한 잔과 함께
아침식사로 먹는다. 일단 먹고, 그 다음에 면도를 한 후 머리를 감는다. 휴대폰이 어느 정도
충전되면 아침 기도를 드리고 등원한다.
원래 아침은 먹지 않았다. 수업이 시작된 후 힘에 부쳐서기도 하지만 그동안
독한 약을 먹어야 했던 3주가 있어 식사를 하지 않으면 속이 뒤집어졌던 까닭이다.
안 그래도 바쁜 오전에 밥 시간까지 우겨넣기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일단 먹어두면
움직이기가 한결 가볍다. 시험이 끝나는 11월 중순이면 기존대로 돌아오겠으나.
15분쯤 걸어서 등원을 하고, 그 뒤부터는 오전 수업 4시간, 오후 수업 4시간이
빠듯하다. 쉬는 시간은 매 10분 뿐이어서 매번 건물 바깥으로 나가 심호흡을 한다.
강의실이 좁은데 수강생이 너무 많다. 그래서 공기가 탁하고 답답하다.
점심을 인근 식당에서 후다닥 해치우고, 짧게 산책을 한다. 대개는 가까운
도서관 4층 옥상정원을 찾는다. 사람이 없어서다. 테이블에 앉아 햇볕을 쬐며
그냥 쉰다. 점심 시간도 50분 밖에 되지 않아 게으름을 피울 짬은 없다.
곧 다시 귀원해야 한다.
똑같은 오후 수업이 끝나면 5시 40분쯤 된다. 그제야 다 끝났다는 안도감이 든다.
곧장 귀가해 간단한 집안일을 하고, 저녁을 준비한다. 아침 점심을 간편식이나
외식으로 때웠기에 저녁은 집밥을 먹는다. 국을 만들고, 냉동해둔 현미밥을 데워서
반찬과 함께 먹는다. 그리고 나면 벌써 7시 반.
정해둔 책을 읽은 후, 야구를 시청하거나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거나 하며 저녁을 보낸다.
드물게 약속이 생길 때도 있다. 아니라면 보통은 집에 있다.
주말에는 장을 보고, 겸사겸사 근방을 거닌다. 멀리 움직이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아픈 친구가 있는데 여행하는 게 죄스러워서. 토요일에는 친구 가족들에게 환자 근황을 묻고
받은 소식을 지인들과 공유한다. 이런저런 인사와 대거리를 하고 나면 반나절이 훌쩍 간다.
일요일엔 아픈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다른 일정 없이 느긋이 보낸다.
엔간해선 사람도 만나지 않는다. 외출 자체를 안할 때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하루라도 쉬어야 평소에 몸과 머리가 돌아간다.
주말에 보자는 사람이 가장 싫다. 대개 그런 요구를 하는 이들은
자신의 무료함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어디 가도 늘 인파로 붐비는
주말에 굳이 하고 싶은 일은 없다. 이것은 거꾸로 내가 시간이 넉넉한 삶을
가졌기에 할 수 있는 말이겠지. 그러나 삶의 대원칙은 자신이 선택하고
감당하는 일이기도 하다. 무언가를 얻고자 하면 반대급부를 내주어야 한다.
그 어떤 댓가를 치르고라도 내가 얻고 싶은 것이 시간이었을 따름.
최근의 일과를 돌이켜 보면 이 삶의 상당 부분은 무언가를 위한 준비다.
전혀 그러리라 생각지 못했던 생활을 지금 하고 있다. 이미 꽤나 무겁고
앞으로도 부담이 될 것이다. 준비하는 것과 동시에, 이 일들이
내 삶에 짐으로 작용할 여지를 줄여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