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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라, 여기가 로도스다

참 어려운 일

진광불휘 2022. 10. 31. 19:17

 

매주 한 번, 친구의 가족 면회가 허용되는 토요일에 친구의 동생분들, 그러니까 보호자분들께
문자를 보낸다. 면회 잘 하셨냐고. 친구는 괜찮냐고. 친구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이래 계속된 일이니
한 4개월쯤 계속된 것 같다.
 
내 쪽에서 보호자분들께 다른 요청을 하는 일은 없다. 그 반대의 일은 있어도. 여름 무렵에는
토요일 면회가 끝나면 가끔 만나서, 힘든 일은 없는지 묻고, 휴가 다녀오시라고 휴가비를 드리거나
요청받은 일을 브리핑 하던가 했다. 24시간 전화를 받을테니 필요하면 언제든 전화 달라고 했고
친구의 상황을 여러모로 가정해 경우의 수와 그 대처 방안을 문서로 정리하기도 했다.
 
부담스러워할 거라는 점을 알고, 늘 조심하고, 필수적이라 판단되지 않는 한 
이쪽에서 연락은 하지 않는다. 정기적인 연락은 토요일 면회 끝날 즈음에 묻는 그것뿐이다.
별 일 없으시냐고.  
 
문자를 보내도 답이 바로 오는 경우는 없고, 보통 6~8시간 기다리거나, 혹은 다음 날
회신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 회신을 친구의 지인들과 나눈다. 무슨 일이 있으면 대책을 같이
고민하고, 없다면 안도하고, 변함없이 함께 기도하자고 마무리한다.
 
지난 주에는 뜻밖의 회신을 받았다. 환자는 별 일 없으니 전달할 만한 내용이 생기면
연락주겠다고. 아마 일주일에 한 번인 연락도 뭔가 좋은 소식을 줘야 할 것 같아
부담스러웠나 보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쪽이 그 연락 하나만으로, 그 끈 하나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겠지.
이전까진 전혀 교류가 없었던 K님과 또다른 K님을 만나고 자주 전화하고 의논하는 건
오직 친구의 퇴원 이후를 준비하기 위함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친구의 상태를
상세히 알아야 하는 게 필수적인 일인데. 나 역시 그것을 위해 이 삶을 대비로 바꾼 것이기도 한데.
 
이쪽에서 연락을 안 하는 게 뭐가 어렵겠나. 그러나 우리가 하려고 하는 건 딱 그 반대,
친구가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그와 연결된 끈을 절대 끊지 않고 오히려 더 두텁게
이어가려고 하는 거다. 친구가 더이상 할 수 없는 일도 우리가 하려고 하는 거다.
근황을 묻는 것은 그 최소한의 행동일뿐.
 
각자의 마음이 똑같을 리는 없겠다. 상태에 큰 진전이 없어 답하기 곤란한 마음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병상에 5개월째 외로이 묶여있는 친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
여전히 사람들이 밖에서나마 계속해 보내고 있는 응원일 것이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더 끈끈한 지지가 필요한 게 당연할 것이다.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 그토록 뜨거웠던 연인의 마음도 식는다. 물리적인 거리만
그런 건 아니다. 근황조차 나누지 못하면 친구를 돕겠다는 지인들의 열정도 마찬가지로
옅어질 것이다. 소식조차 듣지 못하는데. 이미 본 지도 오래 되었는데. 사람의 마음이란
그렇게 연약한 것이기도 하다.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본 작업뿐 아니라 그 일이 이루어지기까지의 주변 여건도
방해가 되지 않도록 관리해 가야 한다. 그 일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면 더욱 더.
 
참 어렵구나. 더이상 내가 근황을 묻지는 않겠지만, 그게 이런 의미라는 걸
아시고는 있을지. 환자는 절대 고립되서는 안되는 것을. 우리가 하려는 일들은
환자의 일이 오직 가족만의 일이 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에 벌이는 일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