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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급박한 시간 본문
친구의 투병으로 자주 연락하게 된 분들이 있다. 숫자는 꽤 된다. 이전엔 인사 정도만 하고 지내다가
입원이 길어지며 그에 따른 대비로 여러 가지를 상의하게 되면서 매주 각각 두 세 차례는 전화나
문자, 톡을 나눈다.
그런데 그중 몇은, 거의 연결이 되지 않는다. 서너 시간은 기본이고, 하루 지나서 응답을
받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이틀을 넘겨서야 연락이 되기도 한다. 전화만 그런 것도 아니다.
메일을 보내도 읽지 않고, 독촉을 해야 볼까 말까다. 내 연락이라는 게 사담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그 친구에 관한 일로 긴급한 연락이기 일쑤인데도 반응이 그렇다.
갑자기 일이 생겨서 급하게 의논을 나눠야 할 때는 물론이고, 환자의 상태를 전달할 때도
역시 답은 오지 않는다. 처음에는 오죽하면 그러려니 싶었다가, 좀 있다가는 갑갑해 졌고,
최근에는 이 사람들이 정말 괜찮은가 싶은 걱정이 든다. 상황에 치이면서 챙기지 못하는 부분이
늘어난 게 아닐까 싶은 거다.
휴대폰을 외면하는 여자는 없다. 남자는 용건이 있을 때 타인과 소통을 하고
여자는 소통을 하는 게 바로 용건이다. 이 세계가 스마트폰 안으로 축소되어버린 지금
예닐곱 시간 혹은 하루이틀 씩 휴대폰을 덮어두는 여성분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들도 사회생활을 하는 분들이므로 더더욱.
이유야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난데없이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중년의
남성이 부담스럽기도 할 거고, 친분이 없었던 사람과 마음 속 얘기까지 하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거다. 그러나 어쨌든 내가 그들과 나누려는 것은 친구와 투병과 관련된 '일'이다.
사적인 연락이 아니다. 다른 뜻은 없고, 다른 생각도 당연히 없다. 생활의 평범한 일을
처리하듯 내 연락을 다뤄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회사나 지인에게 연락이 왔을 때,
대처하는 그대로 해주면 된다는 말이다.
특히 투병중인 친구의 동료 K가 염려가 된다. 과연 그가 제 일상을 잘 챙기고 있는지 우려스럽다.
다양한 문의, 요청, 연락에 시달리거나 혹은 친구를 돕고자 너무 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건
아닌가 싶어서.
6개월 쯤 더 지나면 이런 에피소드도 그저 해프닝에 불과했음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시절이 흉흉할 때면 당사자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알아차릴 수 없을 때가
부지기수다. 그러니 우리, 조금 여유를 가지고 자신을 돌아보면서 갈 수 있기를.
무엇보다 그가 건강을 해치지 않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