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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라, 여기가 로도스다

어느덧 3개월

진광불휘 2022. 8. 30. 02:05
곧 9월이예요. 어느덧 3개월이 지났어요. 올해 한국은 그리 뜨겁지 않아서
전지구적으로는 예외에 속하는 평범한 여름이었다는데, 제 속이 끓어서인지
이번 여름처럼 더웠던 적이 없네요. 그런 여름이 끝나간다는 게 잘 믿기지가 않아요.

 

 
소식 잘 듣고 있어요. 고생 많으시죠. 이렇게 계절이 바뀌면서, 다른 많은 것들도
같이 바뀌었으면 해요. 호흡도 편해지시고, 또 재활도 더 순조롭게... 아마 제 욕심일 거예요.
언제나 최선에 최선을 다하시는 당신을 믿어요. 저도 조바심을 내려놓을게요.
오직 회복에만 초점을 맞춰서, 늦어지더라도 차근차근히 한 걸음씩 걸었으면 좋겠어요.
     
요새는 의식이 보다 뚜렷해지면서, 감정 표현이 늘어나셨다 들었어요.
그래서 동생분들에게 자꾸, 미안하다, 말씀을 하신다고... 그 말씀 전해듣고는
좀 울었어요. 사실 그렇잖아요. 당신이 잘못한 건 하나도 없는데... 한편
그러시는 마음도 이해가 되고, 또 그런 말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든 우리 모두가
너무 죄스럽고 그랬어요. 미안해요. 이 모든 걸 혼자 겪게 하고, 크게 도움도 못 돼서.
마음은 정말 그렇지 않은데 여전히 바깥에서만 서성이고 있네요.
 
저는 9월부터 요양보호사 수업을 받아요. 하루에 8시간 반씩 강의를 듣고
실습 과정을 거쳐서 늦가을에 자격증 취득 시험도 볼 거예요. 낯선 일이긴 한데
전문적인 돌봄을 배우는 과정이 도움이 될 거라고 믿어요. 이것 말고도
여러 계획을 갖고 있는데... 그건 올해말 내년초의 상황에 따라 변동이 있겠죠.
그래도 필요한 많은 일들을 준비해서 대처할 거예요. 우리는 또 우리대로
해야 할 일이 있는 거니까요.
 
보호자분들, 또 친구 지인들과 여러 일을 상의하게 되면서, 중간에서 조정을
잘 해가야 하는데, 저란 사람이 아시다시피 성격도 급하고 직설적인 터라
이게 참 쉽지 않네요. 일이 일이니만큼 끝까지 잘 정리해서 최선의 결과를
내도록 할게요.
 
지난 3개월 간, 정말 지옥같은 고통과 절망과 충격을 겪으신 걸 알아요.
앞으로의 3개월은, 그런 감정들이 전환되는 새로운 시간이길 빌어요.
당신은 언제나 온 힘을 다해 열심히 하실 터이니 그점은 괜찮을 거예요.
우리는 바깥에서, 돌아오시는 대로 괜찮은 사회 복귀가 되도록
충실히 대비할게요. 이제는 그렇게, 조금씩 앞날을 보면서, 계획하면서 날짜를
쌓아가기로 해요. 여기까지 와 주느라, 정말 너무너무 애쓰셨어요.
중간에 포기하지 않아주셔서 말로 할 수 없이 깊은 고마움을 느껴요.
 
여전히 어려움은 있을 거고, 또 자신을 시험하는 경우가 생길 거예요,.
삶이란 원래 그런 것이기도 하니까요. 그렇더라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거기에 성실하게 대응해 가면 또 깔깔 웃으며 행복해할 때가
당연히 있을 거예요. 우리에게 더 많이 기대고, 또 요구해 주세요.
그러는 만큼 우리도 배우는 거니까. 그렇게 배워가면서, 또 서로
더욱 편해질 테니까 말이죠.
 
이 3개월 동안 견뎌내신 것만 해도, 정말 위대한 일을 하신 거예요.
재활도 너무 열심히 하겠다, 자신을 학대하진 마시구요. 가능한 느긋하게,
할 수 있는 만큼만 치료받으시면서 마음 다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 친구들 모두 전과 같은 마음으로 당신을 맞고자 해요.
걱정이 많으시겠지만, 그 걱정이 혼자만의 걱정이 되지 않도록
실제로는 훨씬 더 가벼운 일이 되도록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할게요.
 
친구들 음성 녹음과 책 낭독은 듣고 계신지 모르겠어요. 저도 꾸준히
녹음해 넘겨드릴게요. 못 읽었던 책들 당분간 오디오북으로 들으시면서
이 어려운 재활 과정을 잘 넘깁시다.   
 
앞으로도 동생분들과 친구, 지인들과 잘 의논하고 준비 잘 할게요.
다른 걱정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합시다. 또 편지할게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