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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길티 플레져3 본문
*
한성대입구역, 삼선골목시장 부근에 치킨마루라는 통닭집이 있다. 체인점이긴 한데,
여기가 본점으로 안다. 닭을 바삭하게 튀기기로 이름난 가게다.
치킨 말고 다른 사이드 메뉴도 양이 많고 맛도 좋다.
그러나 이 집의 최고봉은 치킨도, 다른 안주도 아니다. 바로 생맥주다.
관리를 어떻게 하는 지 모르겠지만 생맥주가 압도적으로 신선하고 맛이 좋다.
동네 가게라 값도 싸다. 옛날 식으로 500ml 조끼잔에다 뭔가를 곁들여 꿀꺽꿀꺽 마시면
8월의 불볕더위도 순순해 진다. 물론 과음하면 신열이 끓어 여름밤이 사우나가 되겠으나.
*
친구의 부산집에 머물다 밥 사먹기 귀찮아지면 찬장(!)을 뒤져 라면을 끓여 먹었다.
물론 그가 사둔 것을 먹은 것인데 그중에 N사의 육개장 사발면 작은 게 있었다.
중학교 때인가 먹고 몇 십 년만에 처음 먹는 거였다. 물을 끓이며 아무래도 양이 모자를 것 같아
냉동실의 묵은 모닝빵을 데워 육사발에 곁들였는데, 세상에, 면발이 자잘해 씹는 식감도
부드럽고, 간이 얼큰하면서도 짭짤해 그만이었다. 판매 1위라는 걸 즉시 납득했다.
컵라면을 먹을 일은 거의 없지만, 종종 찾게 될 듯. 친구 말로는 소주와도 어울린다고.
그치만 여기다 소주 마시면 완전 거덜난 복학생 컨셉이잖아?
*
몇 년 전 무주 책을 쓰느라 무주읍 기린모텔에 머무를 때, 오후 7시면 대부분의 식당이
문을 닫아 저넉을 먹지 못해 난감했던 적이 많았다. 결국 비상식량으로 근처 마트에서
2+1로 파는 오뚜기 즉석국밥을 여러 개 쌓아두었는데 가장 맛있던 것은
짬뽕국밥이었다. 스프와 즉석밥을 죽처럼 비벼두고 끓는 물을 부은 후
10분 쯤 지나면 먹을 만한 상태가 되었는데... 소스맛이 강해서인지 얼큰한 국물의
조화였는지 아무튼 짬뽕국밥은 상당히 입에 맞았다. 미역국밥, 황태국밥, 된장비빔밥,
뭐 별거별거를 다 맛보았는데 단연 최고였다.
지금은 비상식을 먹을 일이 없다. 그러나 또 언젠가 지방의 모텔에서
그걸 찾게 되겠지. 그나저나 오징어 좀 넣고 얼큰하게 끓이면 대충 다 짬뽕으로 퉁치는 것 같다.
소고기 좀 넣고 맵게 끓이면 대충 육개장으로 퉁치고 말이지.
육개장 사발면에서 육개장 맛을 느낀다는 사람이 있을까?
항의하는 이가 없는 걸 보면 인스턴트 음식에 대해 우리가 특히 너그러운 게 아닐지.
아무도 라면 포장지에 실린 조리예 사진을 진짜라고 믿지 않듯.
*
가끔은 길티 플레져로 어떤 순간을 벗어나기도 한다.
이제는 그런 게 괴롭지만은 않다. 그 이상 즐길 때도 있다. 나쁘지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