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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품위 없이 다정한 세계에서, 김소형 본문
인간의 품위가 뭐냐고 묻는
너에게
그러니까 우리가 사람이라는
환상에 대해
어떤
구원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럴 때면 너는 자꾸만 고개를 숙이고
왜 내게는 없는 것이냐고 물었다
품위가 우리 곁에서
잠시 사라진 것이라고 말하려는
나에게
너는 그것을 찾게 되면
알려달라고 말했다
그것은 오래전에
잃어버린 것이라고
창가에 앉아
창과 빛이 있으면
그만 사라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너를 보며 다정하고
까마득하게 웃을 뿐이었다
- 김소형 시 <품위 없이 다정한 시대에서> 부분발췌, <<좋은 곳에 갈 거예요>>, 아침달,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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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있게 살아간다는 건 무엇일까. 품격과 지위가 그저 어떤 이들의 반짝이는 장식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날에. 다정함과 따스함이 어느날 갑자기
휘발되어 버린 후 계산과 동정심에 기대 버텨가고 있는 날에, 상실이 이제는
더없이 익숙해진 날에 김소형의 시를 읽었다. 법률 용어, 행정 용어, 보건 용어로
딱딱하게 굳은 삶에 약을 치듯 운문을 부어넣는다. 한때 내가 가려 했던 세계.
지금은 그저 외국어같고 제3세계 음악같은 낯선 말들을. 그러나 아무리 붇고 부어도
버석이며 서로 섞일 줄 모르는 깔깔한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