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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라, 여기가 로도스다

영화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

진광불휘 2022. 7. 3. 19:55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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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영화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를 연달아 봤다. 
전화기를 비행기 모드로 해놓은 두 시간 여가 얼마나 불안했는지 모른다.
혹시라도 급하게 왔을 수도 있는 연락을 받지 못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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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은 아주 뻔한 연애담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본 직후, 이건
박찬욱이 쓴 영화판 <사랑과 전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굉장한 이야기였다.
일단, 이 이야기는 그냥 두 사람의 진한 연애담이다. 의심과 관심, 범죄와 수사,
스토킹과 사랑 등 아슬아슬한 현수교를 여럿 건너며 긴장감을 조여가지만
본질은 그저 사랑할 수 없는 상대, 사랑해선 안되는 상대를 사랑하고 마는 이야기다. 
그 뻔하고 단순한 이야기를 2시간 넘게 끌어가는 힘은 탄탄한 구성에서 비롯하고, 
섬세하고 꼼꼼하게 기획한 미장센에서도 북돋워진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가장 탁월한 건 각본이다. 
사랑 이야기만으로 밀고 가는 우직한 140분짜리 각본.  
그러나 나는 끝내 이해할 수 없었다. 붕괴 이전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
자신을 미결로 남기기 위해 스스로를 살해하다니.
비극으로서는 그 편이 더 좋았겠지만, 사랑은 현존 아닌가.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떻게 해서라도 당신 곁에 있겠다, 그러고 싶다는 욕망.
그래서 그니는 이포까지 왔던 게 아니었나.
당사자가 살아 있지 않은데, 미결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건 미결이 아니라 그저 상황종료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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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는 아주 나이브한 이야기다. 전작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과 마찬가지로
대충 만든 영화. 소영, 상현, 동수, 수진, 이형사는 모두 각자의 사연과 철학을 가지고 있지만
그 누구도 철저하게 그려지지 않아서 이 다섯은 갈등하면서도 격렬하지 않고,
화해하면서도 감동하지 못한다. 대사도 어설퍼 주제는 등장인물의 입으로 직접 전달되고
버려진 아기에게 그토록 따뜻한 상현은 가까운 이를 쉽게 살해한다. 
근본적으로 뭘 말하고 싶은지 밑바탕을 제대로 그려놓지 않고 출발한 영화라서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이 가 닿을 곳이 없다. 드라마는 자꾸 휘발하며 헛웃음짓게 만든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계속 퇴보하고 있다. 심지어 점점 더 가속이 붙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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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게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의 어떤 장면들 때문에 종종 울었다.
<헤어질 결심>에서 서래와 해준이 절에 간 장면, <브로커>의 소영, 상현, 동수가
보육원 창으로 바다를 보는 장면 등에서. 
영화 바깥의 현실이 덮쳐와서 장면이 영화적 효과를 유발하지 않는데도
눈물을 그칠 수가 없었다. 
우리는 다시 그런 장면을 재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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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괴로운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