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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라, 여기가 로도스다

얄팍함

진광불휘 2022. 6. 17.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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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 인연의 그리움은 하나같이 얄팍하구나.
아닌가, 시간이 오래 지나서인가.
하지만 그리움의 동력이란 오히려 그 잃어버린 시간이기도 하잖은가.
딱 그만큼이 그때 그와 내가 더 가까워지지 못한 이유겠지.
그걸 한 사람의 탓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터. 받아들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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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에 기대 과한 요구를 하게 될 때도 있고
과한 요구를 하기 위해 호의를 핑계삼을 때도 있다.
전자와 후자는 전혀 다른 종류이지만
어떤 경우에도 상대방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자신을 더 살피고 주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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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에서 온 프로그래머의 마지막 편지는 너무나 슬프구나.
지난 10년이 얼마나 괴로운 세월이었는지 알겠다.
그런데도 그는 늘 웃으며 일하고 남을 도왔지.
우리는 인격자들을 흔히 생불이라 부르지만
불교와 기독교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살아있는 인간이 신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불교에서 생불은 없다. 생명은 각성을 위해 고통스런 윤회를 거치고 거칠 따름.
십 년 전에도, 지금도 내가 그의 고민을 얼마나 덜어주었는지 셈하기 어렵구나.
되려 업이나 더한 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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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운전 되시길.
무사고를 기원합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운전하면서 전화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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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품고 있자니
이 자욱함을 견디기가 더 힘들구나.
하루가 지독하게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