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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순간의 정거장 본문
물고기들의 정거장이 있다
누구도 정거장이라 생각하지 않는
여름의 빛이 도착하는 파도
물결 위에 잠깐 정거장이 선다
수면을 흔드는 물고기들의 은빛 비늘
그 빛으로 잠시 열린 정거장을 이루는 고기 떼
정거장 자신인 물고기들
다른 언어로는 읽어낼 수 없는 물고기 정거장에서
물고기들은 완성되지 못할 기호를 그린다
기호 속을 헤엄친다
쓰고 지우고 비추고 멈추는 순간순간의 텍스트
거기가 세계의 끝이라는 걸 알까
세계는 그때 얇은 피부이며 물이겠지
잠시지만 세계가 자신을 드러내는 물의 대기
모든 기호는 그렇게 묶여 있는 정거장일지도 모른다
물고기들이 바쁘게 그 순간의 정거장을 열고 닫는다
어떤 언어도 수확하지 않는 것이 세계라니
누구도 먹이지 못하고 잠시 멈추었다 떠나는
떠나기에 풍성한 살의 신호들
거기에서 모든 언어는 헤엄쳐 이별한다
가끔 그쪽으로 손을 흔드는 소녀들이 있다
건너가지 못하는 수평 쪽으로는
손을 흔들어주어야 이별할 수 있다는 걸
그 소녀들만이 알고 있는 걸까
바닷가 어느 언덕 아래를 지나가는
버스의 창문은 그래서인지 빛에 조금 젖어 눈부시다
소녀들은 물고기의 눈처럼 물을 본다
파도는 정거장을 세운 빛으로 정거장을 허문다
물거품을 맞으며 다시 수심으로 돌아가는
은빛의 지느러미들
버스는 서지 않는 버스의 차창이 빛나고 있다
손을 흔든 소녀들의 노트에
두 마리의 물고기가 그려졌다.
- 김학중 시, <물고기 텍스트>, 월간《현대시》2018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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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학중의 텍스트를 읽는 일은 저도 모르게 파르르르 떠는 전율, 여름이면 나온다는
그의 새 시집이 기대된다. 그때면 나는 어디 쯤에서 낯선 신호를 여닫으며 순간이 그저 정거장임을
깨달을지. 안간힘을 다해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리고 또 그린다. 그 그림은 형상일까 원형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