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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미용실에서 본문
미용실에 다녀왔다. 그날따라 먼저 온 손님이 있어 잠시 대기했는데, 차례가 되어 의자에 앉자마자
미용사가 이렇게 묻는 거였다. 염색했어요? 아뇨. 그럼 전부 자기 머리예요? 네, 그런데요.
그는 한숨을 작게 뱉고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어쩌면 이렇게 염색한 것처럼 진한 흑발일 수가 있나요?
미용실이나 옷가게 같은 곳에서 대화를 이어가는 게 익숙하지 않은 터라 당황했지만 더듬더듬
답했다. 제가 뭘 한 건 없는 것 같고요. 그냥 유전이예요. 부모님 덕이죠. 하지만 그는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새치도 안 나요? 어... 가끔 나요. 3~4년에 한두 개씩. 세상에! 새치가 몇 년에
한 번 씩 난다구요? 실례지만 몇 살이신데요? **살입니다. 곧 **이 되겠죠. 그는 마침내
경탄을 쏟아냈다. 진짜 부럽네요! 저는 이미 반백이라 2주마다 한 번 씩 검게 염색하는데.
저랑 나이 차이도 거의 안 나면서 새치조차 없다니 축복받은 거예요! ...아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머리는 그냥 기계 대서 짧게 쳐주세요.
미용사는 몰랐겠다 이 검은 머리가 그러나 하얗게 세고 있다는 것을. 안에서부터 타들어가
멀쩡한 듯 보이는 이 흑발은 그저 타고 남은 재의 흔적, 숯검댕이일 뿐이라는 걸. 손아귀 사이로
빠져나가는 시간을 한알한알 염주를 헤아리듯 절감하고 있다는 걸.
그게 아직은 분간할 수 없을 따름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