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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재미난 경험 본문
한참 전에 잡아놓았던 정기 모임이 오미크론 확산으로 전날 갑자기 취소됐다. 그러려니 하다가
그래도 두셋 정도는 단독 장소를 빌려 대접할 수 있을 것 같아 취소 30분만에 연락을 넣었는데
우와, 한 사람이 그 사이에 벌써 다른 약속을 잡았다는 거다. 다음주는 괜찮으니 어떻냐고 딜까지 받았다.
새삼 굉장하단 생각. 이게 이렇게 빠를 일이야? 그리고 당일 약속이 이렇게 순식간에
잡히는 건 뭔데? 이런 속도는 그 사람의 인간관계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고 또한 사생활의
반영이기도 할 것이다. 어쨌든 볼금이 비는 건 용납 못해, 이런 의미 같아서 혼자 껄껄 웃었다.
1년 여 전부터 정기 모임은 더이상 정기 모임이 아니게 됐다. 코로나 19 탓이기도 하고
그 시간 동안 바뀐 멤버들의 사정 때문이기도 하다. 연간 모임 횟수는 점점 더 줄고 있고
사실상 2~3인 모임으로 졸아들 조짐마저 보인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많이 아쉽다.
여럿이 만나는 건 그 자체로 흥미로운 일인 까닭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주제와
의견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대화를 이어가는 것만큼 신나는 일도 없으니까. 전혀 몰랐던
새로운 이를 만나는 것도 자극이 되니까. 다채로운 주종과 안주에 1차, 2차, 3차까지 장소를
바꿔가며 술자리를 이어가는 것도 또한 재미지니까.
코로나 19 사태의 끝이 보인다는 뉴스를 읽었다. 동남아 국가들은 서둘러 개방에
나선다고 하고, 3월 초를 정점으로 이 확산세도 꺾일 것이며, 이후에도 치명률은
걔속해서 줄어들어 계절독감 정도로 끝날 거란 예측이 많다. 그러니까 올해 여름
즈음이면 생활이 정상을 회복하거나 거의 정상에 가까워진다는 것이겠지. 물론
그럴 지 아닐 지는 아무도 모른다. 예측은 예측일 뿐이므로. 그래도 미뤄놓은
모임과 여행을 다시 할 수 있다는 건 기쁜 일이다.
하지만 2년간의 공백은 굉장히 많은 것을 바꿔버렸던 생각도 든다. 6인 이상
모임이 가능해 지겠으나 과연 만날 6인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바쁘게 매일의
술량을 채워야 하는 이들과 깊은 술자리를 나눠갈 지도 또한 모르겠다.
다시 말해 2년 전의 일상을 복원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더이상 그것들을
원할 지 모르겠다는 거다. 비대면 혹은 소규모 모임들로 점칠된 삶이
기존과 비교해 꼭 나빴다고는 할 수 없는 까닭에. 더군다나 그동안 우리는
2년이란 시간을 각자 혹독하게 겪어냈기에.
앞으로의 몇 달이 이후의 시금석이 될 것 같다. 일단 3월 모임(정기는 아니고
취소된 2월 모임의 후속편)을 즐겨보자. 어쩌면 이게 이 모임의 대단원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