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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린 시, "점촌빌라103호" 본문
키울 게 없어서 복순씨는 청승 한 마리를 애완동물로 키우며 산다 청승에겐 적당한 온도와 습도가 필요했기에 눅눅한 벽과 퀴퀴한 냄새를 방치했고 손바닥 닮은 창틀만을 허용했다 청승은 무럭무럭 자랐다 밥상 위에 올라가 입맛을 다시고 장판 밑에 들어가 얇아지는 묘기까지 부렸다 언젠가 이웃집 여자가 찾아와 삐걱거리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청승은 몇 달 째 뜯지 않던 달력 안쪽으로 숨어버렸다 버릇이 있든 없든 청승이 가엽고 사랑스러워 그녀는 동고동락을 멈추지 않았다 가을겨울 내내 입고 있던 외투 속 찢어진 주머니 안에 넣고 다니거나 봄여름 내내 신고 다니던 낡은 단화 밑창 아래에 깔고 다녔다 청승은 오늘도 복순씨 주위를 뱅뱅 돈다 똬리를 틀거나 꼬리를 치며 논다 찾아오는 피붙이가 하나 없어도, 죽은 영감이 꿈속에 나타나 같이 가자고 해도 복순씨는 청승과 함께 잘도 늙는다
우리는 가끔 본다 볶은 묵은지를 북북 찢어 물밥 위에 올려놓고 갑자기 천진난만하게 울던 복순씨를, 청승이 부리는 교태 앞에서 최면에 걸린 듯 함박웃음 짓던 이웃집 여자를……
- 하린 시, <점촌빌라103호> 전문, <<화요문학>> 23호(2019.10)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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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승뿐이겠는가, 이 오랜 삶의 반려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