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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라, 여기가 로도스다

줄 수 있는 것

진광불휘 2025. 4. 20. 20:47

 


이 나이쯤 되면 선물로 정말 다채로운 무엇들을 주고 받게 되지만
예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받고 싶은 건 딱 한 가지뿐이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 
그래서 친구들이 만나자고 할 땐 언제까지 있을 거냐 묻지 않고 
시간을 최대한 비우는 편이다. 그의 기호와 편의에 최대한 맞추고 
같이 있는 동안 그가 안온하고 행복하도록 
생활 속의 작은 배려를 켜켜히 쌓아가려고 애쓴다. 

끝난 관계도 문득 돌이켜 곱씹어볼 때가 있는데
이제 물어볼 수는 없으나 여전히 의문이 남는 상대도 있다.
그중 가장 궁금한 건 마찬가지로 한 가지.
왜 그는 그렇게나 시간을 내주는 데 인색했을까.
그래봐야 우리가 나눌 수 있는 한 때란 1년에 몇 시간 되지도 않았던 것을.

우리 삶이란 결국 우리가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시간에 다름아닌데
호감과 교감을 나누었음에도 함께 있는 시간 동안 저만의 취향만 고집하며
배려에도 눈감고 딱 여기까지, 라고 선을 긋는 것 같은 이들이 있었지.

하지만 자신이 시간을 내주지 않으면 결국 본인도 사랑받을 시간을 
받을 수 없다는 걸 몰랐을지. 
인생은 기니까, 나중에라도 그가 이 당연한 산수를 이해하게 되길 빈다.

혹은 당연과는 거리가 멀어도, 손해보지 않고 이득만 있는
저만의 새로운 사랑법을 발견해 알려주기를. 

물론 나는 거기에 관심도 없겠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