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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올 여름 좋았던 것 본문
아직 출구에 닿으려면 좀 남았다 싶지만, 올 여름 좋았던 것들
*
접대가 끝나서 정말 홀가분하다.
듣는 게 내 업의 절반이기도 한 셈이라
대화하며 좋은 점, 재미있는 점을 찾으려 열심히 노력했지만
맥락이 전혀 없는 이야기를 난사하는데다 자신의 취향만 밀어붙이며
틈만 나면 쌍팔년도식 추억담을 늘어놔서 몰입은커녕 자신을 다스리기도 힘겨웠다.
이제 그럴 일 자체가 없겠지. 안도의 한숨이.
잘 견뎠다고 스스로를 쓰다듬어 주고싶다.
고생했어. 끝나서 진짜 다행이야. 나이스 컷.
*
숨구멍처럼, 힘들어지면 늘 찾아가는 도시의 한켠에 자리한 수목원이
만들어둔 숲그늘 쉼터가 완벽했다.
한여름 한낮에도 거기만은 서늘해서
선베드에 누워 시간 가는 줄 몰랐다지.
캠핑존처럼 백열등 LED를 걸어둔 것도 휴가 느낌 나서 좋았다.
가을에도 또 들를 예정.
(안 알려줌)
*
근교 모 쇼핑몰의 와인클럽이 내가 가본 매장 가운데
가장 넓고 주류도 다채로운 곳이었는데
거기서 골라 골라 다시 골라온 화이트가 손에 꼽을만큼 역대급 백포도주였다.
3만5천원인가 주고 사 왔는데
재미있는 점은 가까운 단골 매장에도 들어와 있었다는 거.
그러니까 앞으로는 10% 할인된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겠다.
잊혀질만 하면 다시 마셔보리라.
*
집 가까이 콜키지가 되는 좋은 가게를 둘 발견해서 종종 방문한다.
모두 좋은 잔을 준비해주고 값도 헐한 편.
하나는 돼지부속, 또 하나는 소고기집인데
가까운 데 있고 음식도 깔끔하다.
10년 넘게 이사 안하고 살고 있어서
근방에 혜화역과 수유역까지 와인 관련해서는 샅샅이 아는 편인데
이런 집들이 생겼다는 게 어쩌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는 생각도 한다.
비슷한 곳이 더 많아지면 좋겠으나 그건 내가 어쩔 수 없는 거고
일단은 최대한 두 업장을 즐겨볼 듯.
(안 알려줌2)
*
응원하는 야구팀이 올 여름 내내 극강의 승률을 올렸다,
일주일에 여섯 번 경기가 있는데, 매주 딱 한 번 지거나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이런 강팀을 응원해 본 게 처음이라 이긴다는 게 이렇게 기쁜 지 몰랐다.
박병호 선수가 자유계약선수가 됐지만 원 소속팀에서 계약 제안조차 하지 않아
사실상 울며 다른 팀과 계약한 게 너무 분해서 따라 옮긴 셈이었는데
과실이 이렇게나 달콤할 줄이야.
9월 들어서는 거짓말같이 추락하고 있으나 지난 3개월의 승리로 물씬 고취된 터라
크게 아쉽지 않다.
2023년 여름은 야구가 특히 재미났던 해다.
*
내가 끔찍해 하는 여름, 그중에서도 가장 더웠던 올 여름도 좋은 일들이 수두룩했다.
이 즐거움을 기억하고 다음 계절로 넘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