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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라, 여기가 로도스다

강가에서

진광불휘 2023. 9. 1. 13:51

 

그럼에도 역시 실감한다. 이 강은 그때의 강이 아니구나. 우리는 더 이상 거기 있지 않구나. 온힘을 다해서 한 일이 각주구검에 불과했음을 깨달을 때의 슬픔은 결코 작지 않다.  
 
어떻게 하면 나는 네가 있는 강물에 가 닿을 수 있을까. 이미 세상은 바뀌었고, 우리가 한때 물장구쳤던 개울은 어느덧 흘려가 버려 여긴 나만 남았는데. 지금 내가 서 있는 냇가도 너를 만나자고 버티며 서 있는 역류였는데.
 
어른의 세계에 질문은 있지만 대답은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스스로 찾아야 한다. 헤매고 겪어보는 수밖에 없겠지. 누군가를 만나는 길은 내가 찾던 그 누군가가 당사자가 아니었음을 수없이 확인하는 퍼즐링이기도 하다. 명백한 것은 여기엔 네가 없다는 사실뿐.
 
너의 고통을 동감하고자 나 역시 고통 속에 머물러 있었는데, 그것이 우리의 강물을 엮어주지는 못했구나. 쓸쓸한가. 하지만 이 괴로움은 자기 연민에 가깝겠지. 겨우 이 정도의 노력으로 시간과 사건과 에고를 뛰어넘겠다니. 시행착오란 힌트다. 어떤 길을 가고자 하는지 또렷이 알 수 있게 해주니까. 어깨에 힘을 내려놓고 단단하게 생활을 다잡자, 할 수 있는 일들은 여전히 있다. 그 일이 더 즐거워지도록 새로이 시작하자. 아주 긴 여정이 될 테니. 이번에 나는 그동안 배우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되리라. 자신을 위해서는 그것만 해도 충분하지 않은가.
 
힘겨운가.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검은 술을 여러 모금 삼키고 잠들라. 일어나고 나면 알게 될 테니. 그래도 너에게는 무언가 해볼 수 있는 자유로운 하루가 아직 남아있다는 것을. 후회해도 괜찮으니 그 하루를 끝까지 다 써 보고 또 안 되면 피를 마시듯 다시 검은 술로 슬픔을 다스려라. 할 수 있는 바를,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하고 또 다해볼 것. 그런 기회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건 아니니. 
 
아직 강을 건너지 않았다. 피안에 쓸려가기 전에 여기서 더 발버둥을 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