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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추모의 계절 본문
*
토요일 저녁에는 조해일 선생님 2주기 추모제에 다녀왔다.
매년 6월 중순은 추모식으로 점칠된 시간이기도 한데
6월 17일은 세월호 민간잠수사 김관홍씨가 세상을 떠난 날이고
6월 19일은 조 선생님이 별세한 날이다.
김관홍 잠수사님 추모식은 416연대 차원에서 매년 추모식을 작지 않게 열었는데
코로나 19로 인해 작년은 온라인으로 대체했고
올해는 벽제 묘지에서 간략하게만 개최했다.
김 잠수사님이 돌아가신 것에 대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제 일처럼 아파했던 까닭에
사실 서울에서 예년처럼 추모식을 개최했어도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 거라 생각하여
찾아가기 쉽지 않은 묘지에서 간략하게 모이고 마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추모는 떠난 이를 위한 것이 아닌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행사에 가깝기 때문이다.
*
그런 의미에서 작년에 같은 이유(코로나19)로 열리지 못했던
조해일 선생님의 추모제가 열려서 고마웠다.
추모식은 선생님께서 교수로 재직하실 때 늘 지나다니셨던
민주평화동산에서 개최되었는데
아침부터 큰 비가 올 것처럼 날씨가 흐려서
과연 몇 명이나 모일까 걱정했다.
하지만 선생님의 은덕 덕분인지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고
그래서 반가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때는 베프였던 *혁군,
여전히 내 멘토인 찬*형,
한 달 여만에 다시 본 균*형,
추억을 들려주신 하명* 소설가님,
이런 행사에 빠지지 않고 들러주시는 고마운 이수* 소설가님,
언제나 만나도 늘 기쁜 도*이형
이번에도 낭독극을 만들어주신 최*근 선배님,
이제는 농부가 되신 최*진 교수님,
그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선생님의 푸근한 그늘 아래서 한때를 함께 보냈다.
경희대 서울캠 민주평화동산은 작은 원형 광장을 중심으로
동그랗게 나무를 둘러심은 공간인데
그래서 공중을 올려다 보면 초록 잎새들이 하늘을 둘러싼 듯한 풍경을 볼 수 있다,
그런 풍경이 마치,
추모제에 모인 우리들이 선생님을 둘러싸고 있는 듯 해서
식 중에 나는 종종 사무쳤다.
*
특히 재미났던 일은 식순에 따라 여러 분들이 연단에 나서
선생님과의 추억을 들려줬던 것이었는데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초대손님들은 이런 일도 있었다고,
이런 건 나만 아는 일 같다고, 남들은 잘 모르겠지만 실은 선생님과 내가 이렇게나 가까운 사이였다고
저마다 선생님과의 특별한 친분과 인연을 자랑해서
자주 픽 웃었다.
추모식에 모인 이들은 한두 가지의 공통점으로 묶어낼 수 없이 정말 다양한 부류였는데도
하나같이 선생님과 각별한 기억을 여럿 갖고 있었다.
그러니까, 선생의 품이 그만큼 넓고 너그러웠던 뜻이겠다.
다시 말해 선생은 어디에도 구애받지 않고 제자들을 두루 사랑하셨다.
결국 사랑이 우리를 모이게 한다.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나
그 힘은 깊고 끈질겨서 김잠수사님의 경우처럼 6년이 지나도,
조 선생님의 경우처럼 1주기를 치르지 못했어도
끝내 우리들이 제 삶으로만 바쁘게 살아가는 것을 여전히 강력하게 막아선다.
*
2주기 추모식을 위한 자료집에는 선생님의 사진도 몇 장 들어있었는데
과분하게도 선생님과 함께 했던 내 모습도 들어 있어
저도 모르게 사진을 어루만졌다.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고 할 수 없는 내 마음도 이런데
선생님의 제일 친한 친구였고, 사실상 아들 역할을 했던
친구 재*군의 마음은 어떻까 싶어 속이 쓰려왔다.
이제 사이가 멀어져서 그런 얘기를 나눌 수는 없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친구에게 묻고 싶다.
괜찮니. 많이 힘들었지. 나조차도 싱숭생숭한데 너는 어떻니.
*
이렇게 한 달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