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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라, 여기가 로도스다

Back 버튼

진광불휘 2025. 1. 16. 21:00



 때로는 Back 버튼을 누르고 싶을 때가 있다. 자주는 아니지만, 진행이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서 이도 저도 아닌 결말에 이르렀거나 혹은 중간에 하나의 매듭을 짓고 싶었는데, 그렇게 시도한 
것만으로 어영부영 끝나버릴 때 저도 모르게 생각하게 된다. 한 수만 무를 수 있다면 참 좋겠구나.

 그러나 안다. 무르기 시작하면 끝이 없단 걸. 한 수는 두 수는 부르고, 결국은 Ctrl+Alt+Del 버튼까지 
누르고 싶어질 것이다. 유혹은 달콤하겠지만, 결국  Back 버튼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제가 생겼다면
바로 그 지점에서 상황을 재점검 해보고 해결책을 도모하는 편이 옳다. 지금껏 그러햇듯이.

  Back 버튼은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다시 말해, 가지 않은 길을 머리 속으로 가보도록 만든다. 그 길은
당연히 실제는 아니다. 설령 다른 선택을 했다 쳐도 상상처럼 일이 흘러가지는 않는다.  그 점에서 
Back 버튼은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이며 편의적인가를 돌아보도록 만들어 준다. Back 버튼의 진짜 효용은
거기에 있을 것이다. 

 인생에 Back 버튼은 존재할 수 없지만, 그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행동은 존재한다. 잘못을 했다면 
진심을 담아 사과하고, 문제가 생겼다면, 거슬러 올라가 최대한 복구하려 노력하는 것. 물론 이것은
아주 작은 상실을 겪었을 때의 이야기다. 삶에는 Back 버튼으로도 막을 수 없는 상실이나 고통도 존재한다.

 옛 친구를 떠올리다가 Back 버튼을 망상했다. 만약 그런 게 있다면 나는 그 버튼을 어디서 썼어야 했을까.
그건 작년이었을까, 5,6년 전이었을까, 십 년 전이었을까, 이십 년 전이었을까. 지금도 그걸 모른다는 것은
내게 설령 그 버튼이 있다고 해도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으리란 뜻이겠다. 

 반대로 생각해 본다. 만약 그라면, 나와의 어느 지점에서 그 버튼을 눌렀을까. 그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누구에게도 Back 버튼은 없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여러 삶을 살아볼 수 있구나. 
 어쩌면 Back 버튼은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보이지 않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