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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북어국 본문
무를 사와서 북어국을 끓인다.
먼저 북어채를 씻어 채에 받혀 물기를 빼고
멸치 한 줌과 다시마 한 조각을 큰 냄비에 넣어 육수를 끓인다.
무를 자박하게 써는 동안 물이 끓으면 다시마를 바로 건지고
북어채부터 넣는다.
이때 들기름 두 숟갈을 넣으면 더 고소해진다.
이어서는 양파를 썰 시간.
북어가 우러나기를 기다려야 하므로
나긋나긋 양파를 조각낸다.
5분쯤 지났으면 무를 넣고
TV를 틀어 잠깐 딴청을 피운다.
무가 끓어 살짝 물러질 시간이 필요하므로.
그 다음엔 양파를 넣은 후 파를 썬다.
조금만 넣어도 되고 왕창 넣어도 좋고.
이제는 간을 맞출 때.
국간장과 액젓을 한 숟갈씩 넣고
간 마늘도 반 숟갈 추가.
거진 다 됐다.
계란을 풀어 뭉치지 않도록 냄비에 두루 섞는다.
이때 가스레인지를 꺼서 잔열로 계란을 익히는 게
핵심.
여기다 후추를 두 바퀴 돌려주고
소금간을 한 꼬집 더 하면 끝이다.
북어국을 만드는 건
곧 연휴가 온다는 의미.
집에서 술 마실 일이 늘어난다는 뜻.
그러니 속을 풀어주고 숙취를 미리 막기 위해
체계적으로 내일을 준비한다는 거다.
이런 과학적인 배려를 술도 안 마시는
밋밋한 생활의 너희들이 알 리 없지.
...그렇게 망상하며 북어국을 끓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목요일 밤에.
부엌을 무대라고 여기며
혼자 벌이는 1인극.
그런 거라도 해야 미치지 않겠지.
아니, 이미 미친 거라고 해도 반박할 수 없으려나.
그래도 내 앞에 놓인 한 냄비의 북어국.
그건 내일이 있다는 믿음
혹은
내일에라도 걸어보는 한 그릇의 기대 같은 것.
뜨겁게 끓어오를
또는
천천히 식어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