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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식탐 본문
주말이면 매번 똑같은 메뉴를 준비한다. 제철 채소를 여러 종류 사서,
요즘 같으면 양배추, 오이, 방울토마토, 양파를 썰어 올리브오일과 발사믹식초,
액젓과 후추와 꽃소금, 단풍나무당을 섞어 샐러드를 만들고
돼지목살이나 앞다리살을 사서 오븐에 15분씩 뒤집어 구워
쌈장과 양념소금을 곁들여 먹는다. 이게 나의 주말 저녁 안주.
와인을 한 병 놓으면 완성이지.
이렇게 십 년 가까이 먹고 있지만 전혀 질릴 줄 모른다.
평소에도 딱히 맛있는 음식이나 새로운 식당을 찾지 않는 걸 보면
나는 식탐은 적거나 없는 듯.
그러나 이번 연휴엔 여러가지 외식을 했다.
참치회, 숯불닭구이, 야채곱창.... 꽤나 다채롭고 또 사치스런 날들이었다.
지금도 배달음식은 계절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하고
점심을 제외하면 외식도 별로 하지 않는다.
돼지고기가 싸게 풀리면 냉동실에 쟁여두고
마찬가지로 주말의 저녁식사로 준비한다.
해외에 체류할 때도 동행이 없다면 거의 마찬가지.
샐러드나 과일을 준비하고 간단한 단백질 메뉴를 주요리로 해서 주말을 보낸다.
술은 거의 먹지 않는다.
프랑스라면 하몽과 소시숑을 메인으로 제철 과일과 토마토를 곁들이고
베트남이라면 거리에서 산 닭장각구이나 오징어찜에 포멜로나 로즈애플로 뒷받침한다.
이러면 사실 괜찮은 식사라고 보긴 어렵겠지만 나름대로는 굉장히 흡족하다.
그래도 좋은 인연들이 있어
종종 분에 넘치는 식사를 하고 대접을 받는다.
화려하고 값비싼 레스토랑에 가기도 하고
깜짝 놀랄만한 술을 맛보기도 한다.
어쩌면 그래서 식탐이 없을 수도.
누군가에게 좋은 것을 충분히 제공받고 있으니.
상실의 고통 속을 여전히 헤매고 있으나
훌륭한 사람들의 도움을 여전히 받고 있다는 걸 기억하자.
돌려드려야 할 몫이 있으며
저만의 우물에 가라앉아 있어서만은 안된다는 것도.